AI가 제조업의 ‘안전’과 ‘자율화’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환점에 도달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ESG 규제가 강화되는 지금, 생산성만 높이는 공장은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LS일렉트릭 김재신 부장은 ‘2025 AI 자율제조혁신 포럼’에서 “현재 국내 제조현장의 자율화 수준은 10점 만점에 4.5점”이라는 진단을 내놓으며, AI 기반 제조 안전 전략을 자율제조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발표에서 김 부장은 위험성 평가를 자동화하는 AI 관제, 화재·끼임·지게차 충돌 등 9대 사고 감지, 디지털 트윈 기반 실시간 관제, 중소기업을 위한 SaaS형 안전 AI 등도 실제 사례와 함께 공개했다. 공장이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스스로 설비를 멈추고, 스스로 대피 동선을 제시하는 시대—LS일렉트릭이 공개한 로드맵은 제조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왜 ‘AI 안전’이 먼저인가
제조업은 지금 ‘자율제조(Autonomous Manufacturing)’라는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생산 오더가 발행되는 순간부터 완제품이 고객에게 인도되기까지, 사람의 개입 없이 공장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상태를 목표로 삼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LS일렉트릭 김재신 부장은 현장의 자율화 수준을 “10점 만점에 4.5점”이라고 규정한다. 이미 다양한 제조 솔루션—설비 관리, 품질 관리, 생산성, 스케줄링 등—이 도입돼 있지만, 이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AI 기반 자동 의사결정의 세계’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특히 지금 제조업이 마주한 새로운 규제 환경은 자율화를 단순한 효율성 논의를 넘어 “안전”과 “ESG”의 문제로 확장시킨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이 법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은 “사고를 줄이기 위해 얼마나 체계적으로 위험성 평가를 수행했는가”다. 김 부장은 “중소기업은 이런 위험성 평가를 따라가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안전 담당자가 있더라도 전문성이 충분하지 못하고, 사업주는 더더욱 복잡한 위험 평가 체계를 관리하기 어렵다. 결국 많은 기업이 ‘위험성 평가의 형식적 수행’에 머물거나, 사고 이후에야 대책을 찾는 후행 대응을 반복한다.
AI의 역할은 바로 이 간극을 메우는 데 있다. 김 부장은 발표에서 멀티모달 데이터를 강조했다. 이제 제조현장의 데이터는 단순한 센서 수치가 아니라, 영상·음성·온도·움직임 등 복합 형태의 데이터로 확장된다. 이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고 상관관계를 찾아내며, 사람이 인지하기 어려운 패턴을 선제적으로 포착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과거처럼 ‘알고리즘 하나’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아니라, 여러 알고리즘을 상황별로 융합해 최적의 판단을 도출하는 구조가 핵심이 된다.
여기에 제조 공정의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 기존에 도입된 자동화 시스템이 있어도, 그 자동화가 AI 기반 판단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자율성은 높아지지 않는다. 김 부장은 “자율제조의 목표는 효율성이나 품질 같은 기존 지표뿐 아니라, 안전과 에너지·탄소 감축이라는 ESG 요소까지 AI로 통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다. 사고를 막아야 하고, 법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며, 탄소와 에너지를 줄여야 한다. 이 세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 바로 AI 기반 자율제조이며, LS일렉트릭이 제시한 ‘AI 기반 제조 안전’은 그 첫 번째 출발점이다.
안전·품질·생산이 한 지도에 연결된다
자율제조의 여정은 데이터의 수집과 정제에서 출발한다. 김재신 부장은 가장 아랫단을 “IoT 엣지에서 데이터를 잘 수집하고 가공하는 단계”로 묘사한다. 공장의 각 지점—사출기, 냉각탑, 컴프레서, 유틸리티, 분전반—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엣지 단에서 필터링과 전처리를 거쳐 데이터 레이크하우스로 모인다. 그는 “데이터 레이크하우스 설계의 완성도가 자율제조의 승패를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데이터 레이크하우스는 단순한 ‘대용량 저장 창고’가 아니다.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와 시계열(TSDB) 데이터를 목적별로 분리해 저장하며, 데이터가 폭증하는 제조 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여러 개의 ‘데이터 통’을 나눠 구성한다. 한 통에 모든 데이터를 넣는 방식은 검색·분석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져 자율제조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LS일렉트릭은 보안 강화를 위해 블록체인 기반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ESG 흐름 속에서 데이터 신뢰성을 인증하는 절차가 점점 중요해지는 만큼, 데이터 구조 자체에 높은 무결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 데이터는 다시 스카다(SCADA), 빅데이터 플랫폼, 3D 모델링, 회귀 분석 시스템, APS 등과 연결된다. 이런 연계의 최종 목적지가 바로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은 공장 전체를 3D 지도처럼 펼쳐 놓은 형태다. 실시간 설비 상태, 온도·압력 등 주요 지표, 화재·연기 같은 위험 신호, 생산량과 가동률이 색상·그래프와 함께 한눈에 표시된다. 관리 기준값을 벗어나면 붉은색으로 표시돼 즉시 조치가 가능하며, 특정 설비를 클릭하면 그 설비의 위험 이력 전체—발생 시각·대책·설비 데이터·현장 영상—이 자동으로 뜬다.
이 디지털 트윈의 가치는 안전 관제에서 더욱 빛난다. 지게차 충돌 위험, 작업자 넘어짐, 2인 1조 규정 위반, 보호구 미착용, 화재 전 단계의 열 변화 등 모든 신호가 데이터 흐름 안에서 실시간으로 분석된다.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율제조의 목표에 맞춰 즉각적인 의사결정—정지, 경보, 자동 알림—까지 연결된다.
현재 많은 제조업체는 ERP·MES 같은 레거시 시스템만 갖춘 상태다. 그러나 LS일렉트릭은 “레거시와 새 플랫폼을 모두 인터페이스하여 데이터 레이크하우스로 통합하는 구조”가 자율제조의 출발점이라고 제안한다. 결국 공장은 더 이상 ‘눈에 보이는 설비’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데이터 네트워크’로 진화하고 있다.
AI가 9대 위험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중대재해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위험성 평가’다. 법적 기준에서도 최초로 확인하는 절차가 “사업장이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고 관리했는가”다. 김재신 부장은 발표에서 “중소기업에게 이 절차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위험 요소를 일일이 기록하고 평가하고 조치하는 과정을 사람이 수동으로 관리하기에는 인력도, 역량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LS일렉트릭은 사업장의 주요 위험을 ‘9대 위험’으로 구조화하고 이를 AI가 상시 감시하는 솔루션 ‘SHE with AI’를 개발했다. 9대 위험에는 △위험 구역 진입 △고압·가동 설비 접근 △화재 및 연기 △보호구 미착용 △팀(2인 1조) 작업 위반 △지게차 충돌 △넘어짐·미끄러짐 △사생활 침해 관리 △끼임 사고가 포함된다.
이 솔루션의 핵심은 ‘사고 전조’를 포착하는 능력이다. 김 부장은 “모든 사고에는 반드시 전조가 있다. 그 전조를 AI가 잡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로봇이 작동하는 위험 구역에 작업자가 진입하면 AI는 작업 시간 여부를 확인해 상황에 맞는 행동을 취한다. 작업 시간 외의 진입이면 로봇을 정지시키고 경광등을 울리고 담당자에게 알림을 발송한다. 작업 시간 중이라면 경보를 울리지 않고 설비를 안전 모드로 전환해 사고를 막는다.
쓰러짐 감지도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조선·중장비 산업처럼 넓은 사업장은 작업자가 쓰러져도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AI가 즉각 감지해 알림을 보내고, 심각한 상황을 판단하면 119와 자동으로 연계한다.
끼임 사고는 제조업에서 가장 치명적 위험으로 꼽히는데, LS일렉트릭은 실제 작업자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끼임 패턴’을 학습시켰다. AI는 기계 움직임과 사람의 동작이 일정 각도 이상 가까워질 때 위험 패턴을 감지하고 즉시 기계를 멈춘다.
지게차 충돌 감지도 중요한 요소다. AI가 지게차의 이동 궤적과 작업자의 동선을 동시에 계산해 충돌이 예상되면 차량을 멈추거나 경고 방송을 한다. 사람 눈으로는 1초 안에 인지하기 어렵지만 AI는 즉시 대응하다.
결국 SHE with AI는 ‘사람이 모든 CCTV를 감시하는 구조’를 ‘AI가 위험을 먼저 감지하고 조치하는 구조’로 완전히 바꾸는 플랫폼이다.
디지털 트윈이 보여주는 ‘실제와 똑같은 공장’
발표에서 LS일렉트릭이 공개한 디지털 트윈 기반 데모는 AI 안전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디지털 트윈 메인 화면은 공장의 전체 전경과 주요 설비의 상태, 에너지 사용량, 위험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표시한다. 사출기·컴프레서·냉각탑 등 주요 설비는 그래프로 현재 상태가 시각화되고, 관리 기준을 벗어나면 빨간색으로 즉시 표시돼 담당자가 상황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안전 대시보드에는 최근 발생한 아차 사고·팀 작업 위반·낙상·끼임 위험 등 유형별 이벤트가 정리된다.
AI 관제 단에서는 각 카메라가 맡은 ‘미션’이 실시간으로 수행된다. 위험 구역 진입, 불꽃 없는 초기 화재 감지, 작업자 넘어짐, 지게차 충돌 예상, 보호구 미착용 등 모든 시나리오가 영상 기반으로 분석된다. 열화상 카메라와 결합된 연기·온도 감지 기능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김 부장은 “연기인지 김인지 헷갈리는 상황에서 AI가 불꽃 전 단계의 온도 상승을 잡아낸다”고 설명했다.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즉시 대피 방송, 경광등 점등, 담당자 호출, 필요 시 119 자동 연계까지 이어진다.
아파트형 공장처럼 탈출 동선이 복잡한 사업장에서는 더욱 혁신적인 기능이 도입된다. AI가 화재 위치를 분석해 바닥에 탈출 유도 라인을 레이저 프로젝션으로 투사하는 방식이다. 작업자는 “그저 바닥만 보고 따라가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다. 실전 훈련을 몇 차례 진행하면 별도의 안내 없이도 대피가 가능해진다.
사고 후 데이터 활용 방식도 중요하다. 설비 정보를 클릭하면 해당 설비의 위험 이벤트 히스토리—발생 시간, 대응 조치, 설비 값 변화, 녹화 영상—이 통합돼 표시된다. 안전관리자는 이를 기반으로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유지보수 계획을 개선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의 본질적 가치는 ‘현장과 완전히 동일한 정보 흐름’을 갖춘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현장 상황을 보고하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면, 이제는 모든 이벤트가 자동 기록되고 로직 기반 판단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제조업의 운영 방식이 본질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도 98.5%, 4억 솔루션을 월 3만 원으로
AI 안전 솔루션의 신뢰성은 정확도로 판단된다. 김 부장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의 SHE with AI는 TTA 인증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고, NIPA의 우수 인증을 획득했다. 2년 전 평균 정확도는 약 97%였지만 AI의 반복 학습을 통해 현재는 98.5%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실제로 AI 기반 위험 감지는 오인식(오탐)과 누락(미탐)을 줄이는 것이 핵심인데, LS일렉트릭은 다양한 산업군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도입 비용 문제도 중소기업을 고려했다. 과거 이러한 AI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4억 원 수준이 필요했다. 그러나 LS일렉트릭은 단독형 AI 관제를 SaaS 모델로 전환해 월 3만 원대 구독 상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카메라 약 10대를 한 장비에 연결해 각 카메라별 미션을 설정해주면 바로 AI 관제가 가능하다.
산업안전공단의 지원사업 활용 시 중소기업의 자부담은 7~800만 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위험성 평가 체계를 갖추지 못한 사업장의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 잡는 이유다. 반대로 중견기업군은 사고 유형이 많고 통합 관리 범위가 넓기 때문에 독립형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맞춤형 분석 모델과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김 부장은 “모든 사고에는 반드시 전조가 있다. AI가 그 전조를 잡아내는 것이 중대재해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AI 관제는 비용 절감이나 시스템 효율화가 아니라 “사고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안전 인프라”라는 의미다.
안전·ESG·품질을 모두 아우르는 미래 공장
AI 제조 안전 솔루션은 단순한 사고 예방 도구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인 “위험성 평가의 지속적 관리”를 자동화하고, 사고 발생 시 기업의 조치 이력을 증거 기반으로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법적 면책과 직결되며,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경영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전략이 된다.
LS일렉트릭의 AI-디지털트윈 아키텍처는 ESG 전략과도 연결된다. 각 설비에서 실시간 전력 데이터를 수집하고, MES 및 설비 데이터와 결합해 제품 하나를 생산하는 데 사용된 ‘실측 전력량’을 산출한다. 이는 카테나-X 등 글로벌 탄소 인증 플랫폼과 연동돼 인증 데이터로 활용된다.
AI 자율제조의 목적은 결국 “안전 + 에너지 + 품질”이라는 제조업의 새 기준을 동시에 달성하는 데 있다. 이 모든 과정은 IoT 데이터 수집 → 데이터 레이크하우스 전처리 → 상관성 분석 → 예측정비 순으로 이어지는 기술적 로드맵을 통해 완성된다. 김 부장은 “앞으로 제조업이 이 아키텍처를 얼마나 빨리 갖추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갈릴 것”이라고 말한다.
LS일렉트릭이 제시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제조업의 미래는 사람이 ‘감시’하는 공장이 아니라, AI가 ‘예측’하는 공장이다.
오토메이션월드 임근난 기자 |
* 이 글은 ‘2025 AI 자율제조혁신 포럼’에서 LS일렉트릭 김재신 부장이 발표한 내용을 재구성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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