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University)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088년 이탈리아의 볼로냐대학교를 만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곳을 서유럽 최초이자 현대 대학 시스템의 원형을 갖춘 최초의 대학으로 평가한다. 이후 대학은 중세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파리대학교, 옥스퍼드대학교, 케임브리지대학교 등이 차례로 설립되었다. 대학은 지식의 보존과 전수, 학문적 탐구라는 본연의 역할을 통해 인류 문명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로부터 약 천 년이 지난 지금, 대학은 급변하는 사회적 요구와 기대 앞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지속가능발전 목표가 전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대학에게도 교육과 연구를 넘어서는 폭넓은 차원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STARS, THE, QS 등 세계 대학 평가와 국내 대학 평가에서 ESG 경영과 지속가능 대학 경영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현실을 바탕으로, 대학의 사회적 역할 확대와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이란?
현대 사회에서 대학은 사회로부터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핵심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실현해야 한다.
첫째,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차원에서 전인교육을 실시하고, 평생 학습 역량을 길러주어야 한다. 서울대학교는 “대전환 시대를 이끌어가는 학문공동체”라는 비전 아래 융합형 인재 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둘째, 기후변화와 감염병을 포함한 각종 질병 대응, 불평등과 같은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는 연구와 혁신의 핵심 주체가 되어야 한다. 서울대학교는 “전 인류적 난제 해결을 위한 융복합·국제 공동연구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KAIST는 “인류의 행복과 번영을 위한 과학기술 혁신 대학”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연구 제도 혁신과 창의적·도덕적 연구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셋째, 대학은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시민교육을 실시하고, 구성원들의 사회공헌 활동(봉사활동, 교육 등)을 통해 사회통합에 기여해야 한다. 연세대학교는 “진리와 자유의 정신에 따라 사회에 이바지할 지도자를 기르는 배움터”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정의감과 기백을 드높이며 열린 마음으로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인류의 번영에 기여하는 자세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고려대학교는 “봉사하고 책임지는 민주시민의식”을 갖춘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한 인재상을 바탕으로 사람 중심의 창의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대학의 지속가능경영 필요성과 평가 현황
기후 위기, 감염병, 사회 불평등, 디지털 전환 등 복합적이고 새로운 사회 문제가 출현하며 위기가 가속화되는 시대에, 현대 대학은 단순한 지식 전달 기관의 역할을 넘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달성과 ESG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지역 기반의 중추 기관으로 기능해야 한다.
대학을 둘러싼 학생, 학부모, 정부, 지역사회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대학이 단순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경영 전반에 반영할 필요가 있으며,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간 경쟁 심화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지속가능경영을 통해 효율적인 자원 활용, 새로운 수익원 창출, 장기적 경쟁력 강화, 재정적 지속가능성 확보 등의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최근 QS, THE, STARS 등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들이 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포함한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지표의 비중을 확대함에 따라, 대학의 국제 순위와 평판을 높이기 위해서도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수립과 실행은 필수적이다. 국내 주요 대학들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ESG와 SDGs를 통합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교육, 연구, 사회참여, 공적 담론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제 대학의 지속가능성은 선언적 차원을 넘어, 구체적인 지표를 통해 평가되고 관리되는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위해 STARS(미국 고등교육 지속가능발전협의회, AASHE), THE Impact Rankings(영국 THE), QS(영국 Quacquarelli Symonds) 등 국제 평가 체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일부 국내 대학은 전담 조직을 구성해 자체 ESG 성과 지표를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STARS(The Sustainability Tracking, Assessment & Rating System)는 미국 고등교육 지속가능발전협의회(AASHE)가 2007년부터 운영 중인 평가 체계로,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학술, 참여, 운영, 계획 및 관리, 혁신과 리더십 등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술 영역은 지속가능성 관련 교육과정 개발, 연구 프로그램 및 학제 간 협력, 지속가능성 교육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참여 영역은 학생과 교직원의 참여, 전문성 개발, 지역사회와의 협력 등을 평가한다. 운영 영역은 에너지 효율, 재생에너지 활용, 폐기물 관리 및 순환경제, 교통·이동 관리, 식품·다이닝 서비스 등을 포함하고, 계획 및 관리 영역은 지속가능성 전략, 거버넌스 및 리더십, 다양성과 포용성, 지속가능 투자 항목 등을 다룬다.
또한 ‘혁신과 리더십’ 영역은 기존 평가 항목 외에 캠퍼스 참여, 공공 참여, 건물 및 부지, 에너지·기후, 식품·식당, 교통, 조정 및 기획, 개방형 혁신 등 새로운 지속가능성 실천을 인정하는 보너스 점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THE Impact Rankings는 Times Higher Education(THE)이 주관하는 세계 유일의 대학 지속가능성 평가로, 대학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측정한다. 평가는 대학의 사회적·환경적 영향력과 SDGs 달성 기여도를 기반으로 하며, 관련 연구 성과, 자원 관리, 지속가능 운영, 지역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 사회공헌, 지속가능성 교육 및 인재 양성 노력 등을 포함한 평가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17개 SDGs 중 ‘파트너십(Goal 17)’은 모든 대학이 반드시 제출해야 하며, 나머지 16개 목표 중 가장 성과가 우수한 3개를 선택하여 점수를 합산해 총점을 산출한다.
QS 세계대학평가는 영국의 교육평가기관 QS가 1994년부터 발표해온 대학 순위 시스템으로,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2024년부터는 지속가능성 평가 항목이 새롭게 도입되어 ‘환경영향(Environmental Impact)’, ‘사회영향(Social Impact)’, ‘거버넌스(Governance)’ 등 세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환경영향 영역은 환경 교육, 환경 연구, 환경 지속가능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회영향 영역은 취업 가능성과 기회, 평등, 건강과 웰빙, 교육의 영향력, 지식교환 등을 평가한다. 거버넌스 영역은 지속가능발전 전담 직원·팀 구성 여부, 재정 보고의 투명성 등 건전한 거버넌스 체계의 존재 여부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영남대학교는 ESG 위원회를 설립하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고 있으며, ESG 혁신센터를 중심으로 SDGs와 연계한 대학 자체 관리지표를 수립하고 있다. 대학은 이를 기반으로 교육과 연구, 실천 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에너지 효율 향상, 탄소중립 실현, 양질의 교육 기회 확대, 건강한 삶과 복지 증진, 다양성 및 형평성 제도 강화, 불평등 완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불어 지역사회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교육, 연구, 정책 개발, 자문, ESG 실천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며, ‘K-Spirit’을 전파하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지역과 국가를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대학, 자체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국내에서는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ESG 가이드라인 개발, 진단 지표 연구, 관련 교육과정 신설, 성과 데이터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이 추진되고 있으며, 개별 대학들도 자율적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2023년에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였으며, KAIST, 경희대학교, 연세대학교, 경북대학교, 아주대학교, 충북대학교, 중앙대학교 등은 2024년에 보고서를 발간하여 기후, 사회, 지배구조 전반에 걸친 이행 현황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제 대학의 지속가능경영은 단지 국제 평가 순위의 향상을 넘어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 의사결정기구의 포용성과 투명성, 기후위기 대응 등 '거버넌스의 전환'을 상징하는 지표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려면, 국제 기준과 연계된 정교한 국내 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도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대학들이 지속가능경영을 통합적으로 도입하고 ESG 실천을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할 전담 기관의 설립도 필요하다.
즉, 대학의 지속가능경영은 단순한 경영 전략을 넘어 사회적 책임 수행과 제도적 혁신을 포함하는 포괄적 과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학술 연구와 정책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마치며
대학의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책임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사회적 형평성 확보, 윤리적 지배구조 실현 등 전 지구적 과제에 직면한 오늘날, 대학은 사회적 변화를 주도할 핵심 기관이자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속가능경영과 ESG 실천은 대학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국내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매김한다. 앞으로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실질적인 실행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 체계 구축과 전문 컨설팅 인프라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학이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이끄는 주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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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소개]
더와이 주식회사는 청년실업해소 목적의 소셜벤처로 시작하여 현재 ESG 컨설팅 및 교육 전문기관으로써 ESG 전략 및 운영체계 구축, ESG 보고서, 공급망 ESG 컨설팅 및 실사 운영, RBA 및 Ecovadis 등 평가 대응, 교육운영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지자체, 대학교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ESG 도입, 전략 제시 및 보고서에 관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