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일반뉴스

1인 제조 ‘99단계의 제언’(67단계~71단계)

  • 등록 2018.09.05 08:42:12
URL복사

[첨단 헬로티]


초고령화 시대, 정년의 연장과 임금피크제의 도입. 진급은 어려워지고,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지금. 저자는 1인 기업, 그중에서도 제조업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돈을 벌수는 있을까?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혼자서 일한다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지금 하는 일은 너무 지겨운데? 게다가 혼자 회사를 하고 있다고 하면 남들이 무시하지는 않을까?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하듯 아흔아홉 개의 조언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67. 회사는 이름만 남는다 


창업 준비 과정에서 가장 고민하고 심혈을 기울이게 되는 일 중 하나가 작명일 것이다. 사실 이만큼 가슴 두근거리고 설레는 작업도 없다. 부르기 쉬운 것이 좋을까? 친근한 게 좋을까? 독창적이고 기억에 남는 이름이 좋을까? 등이다.


하지만 1인 기업의 경우 작명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이 곧 회사고 회사가 곧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자기 이름으로 회사 이름을 짓는가 하면 배우자나 자녀, 개 이름 또는 자기가 졸업한 학교명을 넣기도 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개명해도 되기 때문이다. 1인 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48장에서 말한 바와 같이 1인 기업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진다. 창업 초기에 고객들은 100% 나를 보고 찾아오고, 회사 이름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기억하지도 않는다. 그들이 기억하는 것은 오직 내 이름뿐이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하면서 나보다는 회사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어느 순간부터 내 이름은 온데간데없고 회사 이름만 사람들 뇌리에 기억된다. 분명 회사엔 나밖에 없는데, 나보다 회사가 유명해지는 것이다. 이제 그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것은 회사명과 제품 이미지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 순간 기분이 참 묘해진다.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섭섭하고 좀 화가 나기도 한다.


얼마 전에 누가 내 회사를 인수하겠다며 접근한 적이 있다. 그때 회사를 인수하려는 이유에 대해 물었는데 상대는 첫 번째 이유로 ‘회사의 인지도’를, 두 번째 이유로 ‘다변화된 고객’을, 세 번째로 ‘수출 성장 잠재력’을 꼽았다.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분명 5년 넘게 내가 혼자 업어 키워온 회사인데, 회사를 인수하고자 하는 이유에 내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분은, 비록 지금까지 끌고 온 사람은 나일지라도 향후 회사가 더 성장하는 데 있어서는 내가 장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회사는 계속 성장하지만, 이미 나 개인의 성장 곡선은 내리막을 향해 가고 있을 수도 있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한 걸까? 어쨌든 중요한 것은 회사는 이미 나와는 다른 존재로 분리되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작명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회사는 내가 아닌 그 자체의 브랜드로 남는다. 그렇기에 자신의 이름을 따서 회사명을 짓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처음에는 이런 방법으로 신뢰도를 높일 수도 있다. 요즘엔 제품의 포장에 생산 책임자의 사진이나 이름 등이 인쇄되어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나를 넘어 성장하는 데 있어 이것은 분명 장애가 된다. 회사의 이미지를 내 이름 안에 가둬버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러면 회사가 커지면 그때 가서 회사 이름 바꾸면 되지. 회사 개명하는 것이 사람 이름 바꾸는 것보다 쉽다며?”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일단 알려진 회사명을 바꾸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 끝까지 피해야 할 일이, 회사 이름 바꾸는 것과 전화번호 바꾸는 것이다.  


아무리 1인 기업이라 해도 회사는 결국 이름으로 남는다. ‘○○회사’ 하면 1초 안에 떠오르는 이미지 ‘그것’이 바로 그 회사의 가치다. 그리고 바로 ‘그것’만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것도 없다.

 

68. 가격만큼은 끝까지 지켜라 


우리가 크게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고객은 가격이 저렴한 제품일수록 좋아한다’는 것이다. 물론 가격이 내려가면 더 많이 사는 것은 사실이다. 일시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빈번하게 세일을 하거나 가격을 내려 판매하는 제품은 욕하며 산다. 


가격을 낮춘다는 것은 특히 충성심을 가지고 그 제품을 구매했던 고객들에게 있어 굉장히 기분 나쁜 일이다. 비싸게 샀다는 후회 때문만은 아니고, 가격 인하를 알리지 않은 회사에 대한 배신감을 느껴서도 아니다. 고객들의 기분이 나빠지는 이유는 제품을 보는 자기 안목이 무시당했다는 점에서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객은 자신을 무시한 회사에 대해서는 언제든 기회만 되면 제품을 갈아타려 한다. 


반대로 툭하면 가격을 올리는 기업도 있다. 이 역시 기분 나쁘다. 고객을 대상으로 장난치는 것 같기도 하고, 가격 올릴 틈만 노리는 것 같은 그 얍삽함도 싫다. 어쩔 수 없어서 당장은 그 제품을 구매하지만 속으로는 칼을 갈게 된다. 물론 가격을 자주 올리는 기업 중에는 착한 기업도 있다. 실낱같은 이윤만을 책정하다 보니 물가가 조금만 올라도 불가피하게 제품 가격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A사는 총 제조비(TC, Total Cost)가 100원인 제품을 110원에 팔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120원으로 제품 가격을 올렸다. 물가가 10% 오르면서 TC가 110원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또 다시 10% 오른 물가 때문에 TC가 121원이 되었고, 가격 역시 130원으로 올려야 했다. 


그런데 A사의 경쟁사인 B사는 이렇게 물가 및 TC가 두 차례에 걸쳐 오르는 중에도 제품 가격을 처음 그대로 계속 유지했다. B사는 처음부터 125원이라는 가격에 제품을 팔았기 때문이다.

누가 더 착한 회사인가? 당연히 A사다. A사는 B사보다 더 작은 마진으로 싸게 팔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은 B사를 더 좋아한다. 고객은 착한 회사보다 변하지 않는 회사를 더 신뢰한다. 한번 책정한 가격은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자주 내리거나 올려서는 안 된다.  


특히 영업력이 없는 1인 기업은 가격 조정에 더욱 신중해야 하고, 오직 일관된 품질과 가격으로 ‘우리는 작지만 변하지 않는다’는 강한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바람 불면 훅 날아갈 것 같은 1인 기업이라도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만일 여러분이 야구 감독이라면 구속은 시속 140km 중반인데 제구력이 좋은 투수를 선택하겠는가? 아니면 구속은 시속 160km까지 나오는데 제구가 안 되는 투수를 선택하겠는가? 고객은 품질은 최고지만 가격이 들쭉날쭉하는 제품보다 일관된 품질과 가격을 유지하는 제품에 신뢰를 준다. 비록 일시적으로는 가격 후려치는 제품이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지 모르지만, 가격이 널뛰는 제품은 결국 그 품질 역시 널뛰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1인 기업이 가격을 견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1인 기업은 납품하는 제품의 수량이 적다. 그래서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고객이 그리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즉, 1인 기업이 공급하는 제품이나 공정은 그 비중이 극히 작다. 비유하자면 주 요리(main dish)가 아니므로 가격 변동에 대한 고객의 반응도 덜 민감한 것이다.

그러나 고객은 1인 기업의 제품이라도 품질에 대해서만큼은 주 요리만큼이나 민감하게 반응한다. 흔히들 ‘김치가 맛없는 식당은 설렁탕도 맛없다’고 평가하는 것과 같다. 때문에 1인 기업은 가격보다 제품의 품질과 신뢰성 측면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

1인 기업 입장에서 보더라도 빈번하게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매번 고객에게 통보하며 설득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차라리 처음부터 여유 있게 마진을 잡고, 물가가 올라도 웬만하면 처음의 가격 유지하는 편이 좋다. 경쟁사들이 가격을 내리는 경우에도 그에 휘둘리지 말고 가장 늦게 반응하라.



69. 청결을 유지하라 


똑같이 지저분하고 더러운 집이 두 채 있다. 하나는 작고 거주하는 사람도 한 명이지만, 다른 하나는 넓고 가족 수도 많다. 이럴 때 일반적으로는 전자의 경우를 게으르고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후자의 경우는 오히려 인간적으로 여기곤 한다.


앞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잠시 언급했던 바 있지만, 유리창이 깨졌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할 동네는 부촌이 아닌 빈민가다. 부촌에서는 유리창이 좀 깨졌다 해서 범죄가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반면 빈민가에서는 즉각 사건이 터진다. CCTV 몇 대가 부서지거나 고장 나서 사각지대가 생겨도 부촌은 별 영향을 받지 않지만, 빈민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다. 


1인 기업이 일반 회사보다 더 깔끔하고 청결해야 하는 이유 역시 이것이다. 혼자 일한다고 사무실까지 토끼 굴처럼 해놓으면 안 된다. 월급쟁이로 살 때는 책상을 엉망으로 해놓고 있어도 내 개인의 취향 정도에서 끝날 수 있지만, 1인 기업을 하면서 그렇게 해놓으면 ‘관리 안 되는 회사’로 평가받기 십상이다. 나 역시 나이 마흔이 될 때까지 청소 안 하는 것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웠는데, 1인 기업을 운영한 지 6년 이 지나자 청소로 시작해서 청소로 끝나는 생활을 하게 됐다.


청결을 유지하라는 메시지는 단지 회사 공간을 청소하라는 뜻이 아니다. 청결이 필요한 영역을 하나씩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① ‌회사 차량: 고객이 자연스럽게 주목하는 대상이 차량이다. 무슨 차종인지가 1차 관심이겠지만, 노련한 고객일수록 차량의 관리 상태와 세차 및 실내 청소 여부에 주목한다(회사 광고 스티커는 잔뜩 붙였으면서 내일 폐차할 것처럼 상태가 엉망인 차량도 가끔 보는데, 노이즈 마케팅인지 궁금하다).


② ‌우편함: 1인 기업이다 보니 며칠만 신경 쓰지 못해도 미어터지는 것이 우편함이다. 이런 우편함을 보면 얼마 안 가서 망할 회사 같은데, 정말 이것만큼 볼썽사나운 것은 없다. 


③ ‌이메일 함: 그때그때 과감히 지워라. 바로 지우기 아쉬우면 컴퓨터 하드디스크로 옮기고 이메일 함에서는 지우는 방법을 사용해도 좋다. 이메일 함에는 수신한 지 1주일 내의 이메일만 남아 있도록 관리하자.


④ ‌나 자신: 대표적인 것이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이다. 지저분한 느낌을 주는 것은 어떤 것도 피하라. 헤어스타일은 웬만하면 바꾸지 마라.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빈도가 그 사람의 인내심과 반비례한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꽤 많다. 앞서 창업가가 갖추어야 할 3P(Persistence, perseverance, patience)가 인내, 인내, 인내임을 기억하자. 


⑤ ‌명함: 명함은 언제나 청결하고 반듯해야 한다. 고객을 만나서 명함을 건네야 하는데 구겨지거나 더럽혀진 명함밖에 없다면 차라리 명함이 없다고 양해를 구하고 다음번에 만났을 때 주는 쪽을 택하라. 


⑥ ‌브로슈어와 회사 소개서: 최소 페이지로 간결하게 작성하자. 눈에 띄고 화려하게 만들수록 거기엔 ‘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⑦ ‌각종 문서: 발주서, 공문, 견적서 등 회사에서 사용하는 문서는 중복되는 내용 없이, 검정과 회색 위주의 색상으로 간결하게 작성하라. 


⑧ ‌각종 포장재: 제품 포장에 쓰이는 박스나 포장 재료, 테이프 등도 깔끔한 것, 모노톤의 것을 사용하라. 아무리 하찮은 고객에게 납품하는 경우라도 절대 한 번 사용된 박스를 재활용해서는 안 된다. 항상 새 박스를 사용하라. 


⑨ ‌제품: 제품 역시 포장하기 전에 반드시 청결한 상태인지 확인하라. 제품의 청결 상태는 기능만큼이나 중요하다.

70. 다 버려라 


일본 무사시노(武藏野) 주식회사의 사장 고야마 노보루(小山昇)가 지은 『아침 청소 30분(朝30分の掃除から儲かる?社に?わる)』이라는 책이 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아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정말 형편없던 회사가 ‘청소 제일 잘하는 회사’를 목표로 세운 뒤 버림과 정리정돈에 집중한 결과 일류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실화를 담은 책이다. 곤도 마리애(近藤麻理惠)가 지은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人生がときめく片づけの魔法)』이라는 책 역시 버림을 통해 인생을 역전시킨 일본 여성의 이야기다.


무언가를 버림으로써 위기의 상황을 반전시킨 개인이나 기업의 이야기는 무척 많다. 버린다는 행위가 그토록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첫째,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을 신속히 찾게 된다. 미국의 한 중장비 제조업체는 매일 필요한 부품 찾는 데 근무시간의 17%를 허비한다고 한다. 사실 모든 기업의 직원들은 뭔가를 찾아 헤매는 데 하루 근무 시간의 10% 이상을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1인 기업의 경우는 이것이 단지 시간을 허비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혼자’ 무언가를 찾는 일에는 극도의 스트레스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할 뿐 아니라 혼자 찾는데 따른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케 한다. 안경이든 열쇠든 리모컨이든, 집에서 무언가를 혼자 몇 십 분 찾아본 사람이라면 그 고통을 잘 알 것이다.


둘째, 공간에 여유가 생긴다. 1인 기업의 공간은 가뜩이나 좁은데, 이마저 관리되지 않으면 일도 휴식도 할 수 없는 지옥이 된다. 지옥 같은 곳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출근하기 싫어지는 것은 물론 누구의 방문도 불허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사무실은 늪지처럼 버려진 공간이 된다. 즉, 공간을 비우지 못하면 그 공간에 내가 함몰되는 것이다.


셋째, 집중하게 된다. 재고 정리를 하다 보면 ‘계륵(鷄肋)’이 수두룩하다.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돈이 될 것 같긴 하지만, 끼고 있자니 공간만 차지하는 것들이 ‘계륵’에 해당한다. 이런 것들은 과감하게 버려라. 버림으로써 새 제품에 집중할 수 있다. 계속 껴안고 있으면 제품 가짓수만 늘어나다가 나중엔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고 만다.


넷째, 잊고 있었던 보물을 건질 수 있다. 메일함을 정리하다 보면 잊고 지내던 고객이나 깜박 지나쳤던 프로젝트 등 숨어 있는 보물을 건질 수 있다. 예전에 참관했던 전시회에서 무심코 받아 넣어뒀던 카탈로그가 지금은 내게 꼭 필요한 보석 같은 정보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회사의 웹사이트에도 있다. 스팸이나 광고성 글 등은 모두 삭제하고, 팔리지 않는 제품에 대한 페이지는 과감히 지워버리자. 


뭔가를 버리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막상 버리려고 해도 어쩐지 언젠가는 필요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버려야 정말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 하나를 포기해야 다른 하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71. 유행색이라도 눈에 익혀라 


제조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디자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부품 하나 만들 뿐인데 웬 디자인?’ 하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눈에 안 보이는 부품의 크기, 형태, 재질 및 기능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눈에 보이는 전체 제품의 디자인이다. 


더구나 내 제품의 극히 일부분이라도 눈에 보이는 외형을 포함하는 경우, 이미 디자인은 그 제품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동서고금 어떤 제품을 막론하고 예외가 없다. 심지어 “우리 제품은 전혀 디자인적인 고려를 하지 않았다”라는 말 자체가 가장 디자인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여유가 없는 1인 기업에게는 ‘디자인에 투자하라’는 말 자체가 꿈처럼 들린다. 


실력 좋다는 전문 디자인업체에 제품 디자인을 맡기고 싶어도 그 엄청난 비용에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설령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디자인 지원 사업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아 이런 작업을 진행한다 해도, 어렵게 획득한 혁신적 디자인을 바탕으로 실제 제품을 구현하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그러니 다시 현실에 안주하려 하고 ‘만들던 거나 만들자’며 주저앉게 되는 것이다. 


사실 제품에 있어 디자인적 요소는 ‘빈익빈 부익부’다. 즉, 제품에 디자인을 입혀 성공한 경험이 있는 기업만이 디자인의 가치를 깨닫고 디자인에 더 많이 투자함으로써 더 큰 성공을 거둔다. 이에 반해 디자인으로 재미를 본 적이 없는 기업에게는 백날 디자인의 중요성을 부르짖어 봐야 별 소용이 없다.


제품 디자인에서 성과를 얻으려면 단기간에 자원을 쏟아붓기보다는 인내를 가지고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투자하는 것이 좋다. 때문에 1인 기업의 경우에는 돈이 안 들면서도 여러 시험을 해볼 수 있는 부분부터 하나씩 디자인을 가미해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1인 기업의 디자인적 전략은 CMF(Color, Material & Finishing)에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제품의 형태나 크기, 기능 등을 변화시키는 디자인에는 아무래도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1인 기업 혼자 감당하기 어렵고, 실패 시의 충격도 너무나 크다. 


그래서 그보다는 작은 범위, 다시 말해 제품의 색상(color)이나 재질 (material) 또는 표면 처리(finishing) 등에 변화를 줌으로써 최소 비용으로 디자인적 효과를 확인해보는 것이다. 색상 하나만 바꿔도 그것이 제품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표면 거칠기만 변화시켜도 제품의 느낌은 완전히 달라지고, 재질이야 말할 것도 없다. CMF는 1인 기업의 경우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이 정도의 변화라면 협력업체들 설득하여 몇 가지 시도해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사실 제품 색상은 한 번 결정하면 바꾸는 것이 정말 힘들다. 내가 만드는 RFID 태그의 색상은 11년간 한 번도 변함없이 검정색이다. 고객들로부터 색깔을 바꿔달라는 요청은 무수히 받았지만, 딱 한 번 표면에 유광(glossy) 처리를 했다가 다시 무광(matte)으로 돌아온 적이 있을 뿐 색깔은 그대로다. 내부적으로는 정말 무수한 시도를 했었지만 시도에 그쳤다.


색상 하나도 이렇게 중요한 만큼, 1인 기업의 대표라면 유행색은 최소한 눈에 익혀야 한다. 싫어도 백화점이나 시내 번화가에 나가보라. 시간 여유가 있다면 제품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전시회도 그냥 어슬렁거려라. 색상과 관련하여 페인트 회사인 KCC의 컬러&디자인 사이트(www.kcccolorndesign.com)도 살펴볼 만하다. 이런 조그만 실천들이 조금씩 내 제품에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케 하는 것이다. 한 번에 제품 디자인을 모두 바꾸려 하면 오히려 추잡스러워지니 천천히 CMF부터 고민하자. 



유재형 RF캠프 대표이사
(jerry.ryu@gmail.com)






주요파트너/추천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