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헬로티]
강원도 홍천군의 유명했던 똥 마을. 심각한 악취 탓에 불명예스러운 별칭을 얻었던 소매곡리는 친환경에너지타운을 도입하면서 화려한 변신을 했다. 악취로 정들었던 마을을 떠나야 했던 주민들이 돌아왔고, 똥 마을이라고 손가락질했던 아이들은 친환경에너지타운 체험 학습장에서 뛰어놀게 됐다. 해외에서 관련 기술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는 횟수도 잦다.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은 국내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의 성공모델로 손꼽힌다. 똥 마을에서 성공한 마을로 변신한 소매곡리. 이 마을을 직접 방문해 보았다.
마을 전체가 악취로 휩싸였다. 마을 주변만 가도 코를 막아야 했다. 마을을 향해 가래침을 뱉는 사람도 있었다. 아이들은 똥 마을이라 부르며 근처에 가기도 싫어했다. 마을 사람도 정든 집을 뒤로한 채 마을을 떠나갔다. 100가구 중 32가구만 마을에 남았다. 남은 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마을 입구를 닫았다. 마음의 문도 함께 닫아버렸다.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에 소재한 소매곡리의 이야기다.
다행히 이 이야기는 3년 전 연재가 종료됐다. 꽉 닫혔던 마을의 입구는 2015년을 기점으로 다시 열렸다. 입구만 열린 게 아니다. 마을에 들어오는 길에는 멀리에서도 볼 수 있는 문구가 새겨졌다. 바로 ‘친환경에너지타운 소매곡리 마을’이다. 문구 앞에는 해바라기가 피어있고, 위에는 새싹이 광합성 하기 바쁘다. 악취 나던 똥 마을이 이를 거름 삼아 친환경에너지타운으로 탄생한 순간이다.
<사진=김동원 기자>
커피 17잔으로 이뤄낸 친환경에너지타운 유치
2016년 폐기물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됐다. 바닷가에서 갈매기 먹이로 새우 과자를 던져주는 행위도 불법이 됐다. 바다는 웃었다. 어부도 웃었다. 물고기도 웃었다. 갈매기가 웃었을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갈매기보다 더 웃지 못한 이들이 있다. 소매곡리 사람들이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을 건립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던 까닭이다.
2014년 정부는 ‘친환경에너지타운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해양으로 가던 폐기물을 처리하는 소각장, 매립장 등의 기피시설에 친환경 에너지 생산시설을 설치함으로써 님비 현상을 극복하고 에너지 문제도 해결해야겠다는 의도였다.
친환경에너지타운. 이름은 좋았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전혀 좋지 않았다. 이미 환경 시설이라면 질릴 대로 질려버린 마을 주민들이었다. 마을 주민에게 환경 시설은 악몽이었다. 배로 건너서 가야 했던, 평화롭던 마을에 어느 날 하수, 분뇨 등 환경기초시설이 생기기 시작했다. 작은 마을에 환경기초시설이 밀집해버리자 문제가 터졌다. 걷잡을 수 없는 악취가 마을에 진동했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았던 처리시설들은 마을 주민의 삶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병들게 했다. 여기에 또다시 환경 시설을 만들자 하니 친환경이라는 이름이나 사업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소매곡리 토박이인 지진수 이장과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직 후 귀촌한 김일수 노인회장은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이 소매곡리 발전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주민 설득에 나섰다. 지진수 이장은 주민들을 설득하고 주민동의서를 받기 위해 집집마다 방문하기 시작했다. 방문할 때마다 대접해주는 음료를 거절하지 못해 하루에 커피 17잔을 마시고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지 이장과 김 노인회장의 노력에 주민들은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결국,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은 주민들의 동의 속에 탄생할 수 있었다.
<사진=김동원 기자>
미운 오리 새끼 소매곡리의 화려한 변신
소매곡리는 친환경에너지타운으로 발돋움하면서 화려한 변신을 하게 된다. 소매곡리는 미운 오래 새끼가 아니었다. 마을에 악취를 내뿜던 혐오 시설이 친환경 에너지시설로 바뀌었다. 이 시설들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 에너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생산한 에너지는 마을 수익 창출로 이어졌다.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에서 홍보 해설사로 근무하는 김미란 해설사는 “마을에서는 하루에 6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바이오 가스가 생산된다”며 “이 중 7%는 마을에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강원도시가스에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마을 태양광 시설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100가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 전기는 모두 한국전력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수익 창출보다 마을 주민에게 반가웠던 소식은 사라진 악취였다. 환경이 점차 개선되면서 마을에 꽉 찼던 분뇨와 하수 냄새가 사라져갔다. 모기와 파리 떼가 들끓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마을에는 활력이 생겼다. 마을을 떠났던 주민들은 하나둘씩 돌아왔다. 마을을 보고 ‘똥 마을’이라 부르던 아이들은 친환경에너지타운 체험 학습장에서 뛰어놀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베트남과 이란 등 해외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직접 찾아오는 사례가 증가했다. 2016년 7월에 홍천에너지타운을 방문한 후세인 아부토랍 이란 상·하수도 공사 기술 과장은 “독일과 일본에 있는 에너지타운도 방문해 보았지만, 태양광부터 소수력 발전, 바이오가스까지 복합에너지를 모두 활용하는 곳은 아직 보지 못했다”며 “한국에서의 환경정책 단기연수를 끝내고 이란으로 돌아가면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과 같은 복합에너지 정책을 이란에서도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사진=김동원 기자>
좋은 약도 남용은 금지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은 에너지타운 사업 관련 성공사례로 꼽힌다.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시범사업을 했던 소매곡리는 해외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직접 방문할 정도로 롤모델이 되었다.
소매곡리의 변신에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은 확신을 얻게 됐다.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고, 주민들의 기피시설을 친환경 시설로 탈바꿈시키면서 농촌 지역에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에너지, 환경, 농촌문제’ 세 마리 토끼를 잡는 혁신적인 사업으로 평가받게 됐다.
정부는 소매곡리 사례를 성공모델로 삼아 친환경에너지타운의 전국 확산과 해외 수출을 추진했다. 정부는 2016년 6월까지 친환경에너지타운 10곳을 추가로 선정했고, 2020년까지 20곳을 만든다는 계획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도국 등에 수출도 추진했다. 중국의 ‘농촌환경 종합정비 생태건설사업’에 국내 친환경에너지타운 모델을 접목한 한·중 협력사업을 추진했고, 2016년 5월에는 이란과 ‘한-이란 환경부 장관 MOU’를 체결하면서 친환경에너지타운 공동협력을 위한 실무협의를 추진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친환경에너지타운과 연관된 국산 기술·설비를 개도국에 수출하기 위한 종합로드맵을 마련했다.
하지만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이 홍천군의 사례처럼 긍정적이지 만은 않다. 석탄화력소가 밀집한 충남 보령시는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을 계획했지만, 사업 도중 무산됐다. 가축 분료를 연료로 만들어 석탄화력발전소에 석탄 대신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가축 분료를 말려 친환경 연료를 만들어 쓰는 전기가 많이 발생해 한 해 4억 원의 적자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친환경에너지타운을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부족한 기술력 등을 개발해 정확한 계획을 세워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의 김미란 해설사는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은 주민과 합의가 잘 된 상태에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지금 주민 생활에 혜택을 주는 마을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른 지역에도 친환경에너지타운이 무조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합의가 잘된 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사진=김동원 기자>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 김미란 해설사의 일문일답
Q.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을 설립하게 계기는 무엇입니까.
소매곡리에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이 들어온 이유는 하수분말처리장을 증설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1년까지 홍천군의 하수처리장은 11,000t이었습니다.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을 하면서 하수처리장 5,000t을 증설했습니다. 가축처리시설도 100t을 더 증설했습니다. 당시 소매곡리는 악취에 시달렸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자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에 신청했습니다.
Q.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을 하면서 얻게 된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가장 큰 것이 악취입니다. 2001년에 하수, 분뇨 등 환경기초시설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폐기물을 쌓아놓고 처리하기 급해서 마을 환경과 악취는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이 많이 떠났습니다. 집값 하락은 당연한 내용이었습니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이 들어오면서 악취를 개선했습니다. 친환경 시설을 집중적으로 락앤락 방법으로 밀폐를 했고, 최신식 시설을 도입했습니다. 지금은 비가 오거나 현장에 있을 때만 냄새가 나는 정도입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좋아진 결과입니다.
Q.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조성된 후 마을 주민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악취 개선된 거 하나만으로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소매곡리 마을과 같은 시골에 도시가스가 들어오기 힘든데, 이런 도시가스가 들어오니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또 도시가스를 묻을 때 상하수도도 같이 묻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 생활이 윤택해졌습니다. 활기도 생긴 것 같습니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생기면서 마을 수익이 발생하다 보니 기존 영농조합을 유한회사로 만들었습니다. 이 유한회사는 마을 사람들의 또 다른 만남의 광장이 되었습니다. 마을 화합은 더욱 좋아졌고요.
Q. 마을 이익 창출 효과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도시가스를 저희가 일부 생산하기 때문에 도시가스 요금 50%를 지원받습니다. 또한, 태양광으로 발전된 전기를 판매합니다. 저희가 태양광 시설을 산을 깎고 설치한 것이 아니고 밭에 설치한 것이 아닙니다. 기존 하수분말 처리장 구조물 위에 설치했습니다. 기존구조물 위에 설치해서 전기를 판매할 경우 신재생공급인증서가 나옵니다. 이 인증서가 있으면 판매 전력의 1.5배 높은 금액을 줍니다. 퇴비공장도 작년에는 주식회사 동진에서 운영했는데, 지금은 마을에서 직접 운영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마을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마을 수익도 낼 수 있습니다.
Q.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성공사례로 꼽힙니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전국에 20개 정도 생길 예정입니다. 홍천의 경우는 시범사업이었습니다. 성공할지, 효율이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업을 했는데 지금은 성공사례로 봐주고 계십니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이 홍천에 들어올 때는 홍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우리 쪽에서 처리하자는 취지를 갖고 시행했습니다. 이런 취지를 가진 곳이 20곳 생긴다고 하니 앞으로 좋은 롤모델이 되도록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Q. 친환경에너지타운 관련해서 정부나 사회가 관심 가졌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은 환경부 등 정부 기관에서 지원사업을 한 것입니다.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도 80%가 정부 지원사업이었습니다. 이런 사업이 일시적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이나 주민 생활 등이 계속 모니터링되었으면 합니다.
Q.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될까요?
친환경에너지타운으로 인해 수익이 생기다 보니 마을 사업도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거창한 사업은 아니더라도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과일이나 채소 가격이 폭락해 출하가 안 될 때 이 상품을 건조해 유통기한을 늘려 판매한다거나 하면 마을 전체에 이익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외에 마을 사업으로 농장도 할 수 있고, 하역도 할 수 있습니다. 아직 결정은 안 했지만, 여러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