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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시대, 진짜 변해야 할 것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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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에서 LLL로: 도구를 넘어 동료가 된 AI

 

챗GPT가 등장한 지 불과 2년여. 우리는 이미 LLM(Large Language Model)을 넘어 LLL(Large Long-context Language model) 시대를 맞이했다. 수백만 토큰을 처리하는 AI는 이제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프로젝트 전체 맥락을 이해하고, 복잡한 업무를 분석하며, 능동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많은 기업과 개인이 여전히 AI를 “더 똑똑한 검색엔진” 정도로 인식하며, “어떻게 프롬프트를 잘 쓸까”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업무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 지금, 정작 필요한 것은 테크놀로지 트랜스포메이션이 아닌 ‘휴먼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실행자에서 판단자로: 역할의 재정의

 

과거 업무의 가치는 ‘얼마나 많이, 빠르게 처리하는가’에 있었다.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코드 구현 같은 실행 능력이 곧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이러한 실행 업무를 초 단위로 처리하는 시대에, 사람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답은 명확하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판단력, ‘왜 하는가’를 정의하는 통찰력,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를 제시하는 방향성이다. AI가 24시간 쉬지 않고 100개의 마케팅 카피를 생성할 수 있다면, 사람은 그중 어떤 메시지가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과 맞는지, 고객의 진짜 고민을 건드리는지 판단해야 한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개발자를 뽑았지만, 이젠 ‘개발자를 관리할 줄 아는 기획자’가 더 필요하다.” AI 에이전트가 개발자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하면서, 정작 중요해진 것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정의하는 능력이라는 얘기다.

 

질문하는 기술에서 결정하는 용기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강의가 붐을 이루고 있다. 물론 AI와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질문이 있다.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AI는 우리가 던진 질문에만 답한다. 잘못된 문제를 정의하면, 아무리 완벽한 답을 얻어도 무용지물이다. 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실패하는 이유의 90%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무엇을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 부재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더 어려운 것은 AI가 제시한 여러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결정’이다. AI는 확률과 데이터를 제시하지만, 최종 결정에 따른 책임은 사람의 몫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방향을 정하고,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진하는 용기. 이것이 AI 시대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비효율의 재발견

 

역설적이게도 AI가 극도로 효율적일수록, 인간의 ‘비효율’이 더 소중해진다. 잡담 중에 나온 엉뚱한 아이디어, 논리적이지 않지만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감,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공감. AI는 최적화된 답을 주지만, 혁신은 종종 비최적의 영역에서 탄생한다.

 

애플의 디자인 철학, 넷플릭스의 창의적 리스크 테이킹, 테슬라의 과감한 도전. 이들의 성공은 데이터 분석만으로 예측할 수 없었다. 오히려 “모두가 A라고 말할 때 B를 선택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결단이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한 유명 디자이너는 “AI는 완벽한 B급을 만들지만, A급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완벽하게 안전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AI의 결과물과, 불완전하지만 영혼이 담긴 인간의 창작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 이것이 AI 시대 창작자의 새로운 역할이다.

 

휴먼 트랜스포메이션, 지금 시작해야 할 세 가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판단 근육을 키워라. AI가 제시한 10개의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연습을 매일 하라.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왜 그 선택을 했는지 논리를 세우는 과정이다. 판단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으로 만들어진다.

 

둘째, 본질 질문을 던져라. “이 작업을 왜 하는가?”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진짜 문제인가?” AI에게 일을 맡기기 전에,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하라. AI는 how를 해결하지만, what과 why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셋째, 맥락을 읽는 능력을 갈고닦아라. AI는 패턴을 학습하지만, 보이지 않는 맥락과 뉘앙스를 읽는 능력은 인간만이 가진다. 조직 문화, 산업의 숨은 관행, 고객의 말하지 않은 불편함. 데이터 너머의 현실을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이 AI 시대 핵심 경쟁력이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다

 

AI 에이전트가 업무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미래는 더 이상 공상이 아니다. 이미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들이 “AI 먼저, 사람 나중” 워크플로우를 실험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빠르게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더 중요해지는 것이 있다.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조직의 미션을 정의하고, 윤리적 기준을 세우며, 불확실성 속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수십억을 쏟아 붓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우리 조직의 사람들은 AI 시대에 맞게 진화하고 있는가?” 기술은 이미 준비되었다. 이제 변해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이다.

 

AI 에이전트 시대, 진짜 혁신은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휴먼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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