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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김대영 RX Japan 매니저 “촉발된 기술 트렌드 대격변…60년 동반자 韓·日, 새로 짜는 제조 생태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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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일 양국은 수교 60주년이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맞았다. 지난 1965년 기본 관계 조약 체결 이후 양국은 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은 12위, 일본은 4위권으로 평가된다.

전통적 제조 강국인 일본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을 중심으로 한 산업 생태계와 숙련된 기술력을 자랑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혁신 기술과 신속한 시장 대응력을 앞세워 ‘K-테크’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그러던 최근 두 나라 모두 저마다의 한계에 직면했다. 한국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큰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야 할 숙제를 떠안게 됐고, 일본은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과 경직된 기업 문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지속 지적받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두 나라 모두에게 새로운 위기이자 기회로 다가왔다.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기존의 고가 정책을 재검토해야 했다. 이는 곧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갖춘 대한민국의 제조 기술을 새로운 대안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더해, 미국·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전 세계 제조 기업들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자국 내 생산 기지 강화를 목표로 하는 미국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정책 기조 아래, 일본은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동시에 갖춘 한국을 최적의 협력 파트너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거시적인 흐름은 단순히 정부나 대기업의 전략적 판단에 그치지 않고, 개별 기업의 생존 문제로 직결됐다. 과거의 경쟁 구도에서,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모색하려는 두 나라 제조업계의 열망은 마침내 구체적인 만남의 장을 통해 현실화됐다.

 

 

경쟁을 넘어 협력으로...새롭게 여는 NEW 페이지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지난달 9일 열린 ‘매뉴팩처링 월드 도쿄 2025(Manufacturing World Tokyo 2025)’는 한일 양국의 제조업이 나아갈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전략적 플랫폼으로 진화한 모습을 보여줬다. 오랜 동반자 관계에서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일본의 탄탄한 기본기와 한국의 혁신적인 기술이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폭발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점치는 자리였다.

 

매뉴팩처링 월드는 도쿄·나고야·오사카·후쿠오카 등 일본 4대 도시에서 연중 4회 개최되는 일본 최대 규모의 제조 축제다. 제조업 전반을 아우르는 30여 개의 세부 전시회로 구성돼 있고, 매년 수십만 명의 방문객과 수천 개 기업이 참가한다.

 

올해 37회차로 열린 도쿄 전시회에는 네 개 지역 전시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춘 전시회다. 마쿠하리 메세 1~11관 전관에서 펼쳐진 2025년 행사는 3일 동안 해외 18개국에서 2000여 곳의 업체가 참가하며 국제적인 위상을 강조했고, 6만5000여 명의 참관객이 다녀갔다. 사무국 측은 올해 전시회 특이점으로, 글로벌 제조 분야 엔지니어의 높은 참여율에 주목했다.

 

이 전시 플랫폼 주관사 ‘RX Japan’은 매뉴팩처링 월드가 일본 내수용 전시회라는 인식을 개선하고, 진정한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내수 시장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시대의 변화와 함께 전시회도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 대한 일본 제조업 관계자들의 평가가 크게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김대영 RX Japan 매니저는 “일본 제조업이 지금보다 강국이었던 과거에는 한국이 기술적으로 일본의 영향을 받는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 한국의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고, 일본 기업들은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과 합리적인 가격을 큰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매뉴팩처링 월드 도쿄 2025에는 총 70여 개의 국내 업체가 참가했다. 경기 시흥시, 경기 화성시, 경상북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 기관이 한국 업체의 참가를 적극 지원했다.

 

올해 전시회에서 한일 양국의 제조업은 동반 성장의 청사진을 그렸다. 양국 참가사들은 서로의 강점을 이해하며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한국 기업들은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현장을 찾은 참관객들은 한국 업체들의 기술 노하우와 솔루션 시연을 경험하며 이목을 집중했다. 이들은 한국의 기술이 일본 제조업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장에서 우리 업체를 지원한 김대영 매니저는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한국 기업들이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일본 바이어들에게 깊은 신뢰를 심어줬고,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 기업들도 사무국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기존에 일본어만 사용되던 간판이나 현장 안내, 배치 수령 방법 등에도 영어가 병기되면서 언어 장벽을 낮춘 점을 주목했다. 이는 한국 참가사들의 전시회 참여 만족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 됐다.

여기에 사무국은 우리 업체가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도록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지원도 병행했다. 특히 전시회 현장에서 직접적인 성과를 내는 것 외에도, 사전 웨비나 및 1:1 컨설팅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일본의 현지 문화와 시장 상황을 이해하고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RX Japan은 한국 기업들이 일본 바이어를 만나는 최적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행사 안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신설했다. 그중 하나가 ‘디스커버 코리아(Discover Korea) 프로젝트’다. 해당 프로젝트는 전용 검색 사이트, 페이지, 현장 지도 등을 제작해 일본 바이어가 한국 기업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했고, 현장에서의 만남을 촉진하기 위한 스탬프 랠리 등 각종 이벤트도 기획했다.

 

김 매니저는 디스커버 코리아 프로젝트가 현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일본 바이어들이 한국 기업들과 지속 소통함으로써, 교류의 가능성을 크게 확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단순한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스타트업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은 일본 대기업들에게 큰 영감을 줬다”며 “이들이 일본 시장 내 박힌 기존 사고방식을 개선하고, 양국의 새로운 협업 모델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국경을 넘어선 파트너십, 한일 제조 산업의 ‘연대를 넘어선 동행’ 위해서는?

 

사무국은 미래의 제조업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인력난 문제에 대한 솔루션으로 자동화, 에너지 절감, AI 활용 등 신기술을 전시에 적극적으로 반영했고, 제조 사이버 보안이나 스마트 유지보수 등 새로운 분야를 다루는 신규 전시회를 개최했다.

 

한국 생태계와의 협력은 이 일환으로 진행된 장기 프로젝트다. 이는 양국 공조를 통한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제조업의 미래를 제시하려는 사무국의 비전이 담겨 있는 것이다.

 

코야스 사무국장은 “최근 방문객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기획된 ‘스타트업 파빌리온’은 높은 기술력을 가졌음에도 시장에 알리기 힘든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기술 시연 및 피드백 기회를 제공해 생태계의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시도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일본 대기업들 또한 이 플랫폼에 적극 참여해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미래를 함께할 파트너를 찾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처럼 한일 양국은 단순히 제품을 사고파는 단계를 고도화해, 서로의 기술적 강점과 시장적 한계를 보완하며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와 관련해, 사무국장은 “이제 양국의 장기적인 기술 및 연구개발(R&D) 협력 로드맵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일본의 소부장 기술력과 한국의 인공지능(AI)·로봇 기술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정보 및 인력 교류의 확대를 통해 상호 이해도를 높여야 하는 점도 과제로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젊은 기술 인력의 교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분타 코야스 사무국장은 마지막으로 “양국 기업이 국제 표준 및 인증을 공동으로 추진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특히 미국이나 유럽 시장 진출 시 공동의 표준을 마련하고, 기술력을 인증받는다면 개별 기업이 홀로 추진할 때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토메이션월드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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