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헬로티]
꿈의 전기소재가 있다. 탄소나노소재다. 탄소나노소재는 휘어지는 배터리, 투명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스마트기기의 전극재료로 손꼽힌다. 최근 이 탄노소재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답은 우리가 흔히 먹는 빵을 만드는 방법에 있었다.
▲ 한국전기연구원 한중탁 박사 <사진 : 한국전기연구원>
실용화 과정에서 몸살 앓던 꿈의 전기소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전기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KERI)의 나노융합연구센터 한중탁 박사팀이 전기소재 연구에 한 획을 그었다. 꿈의 전기소재라 불리는 탄소나노소재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탄소나노소재는 탄소가 육각형 모양으로 이뤄져있는 나노스케일의 전도성 소재다. 그 종류로는 ‘탄소나노튜브’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 등이 있다.
탄소나노소재는 우수한 전도성과 기계적 물성을 바탕으로, 기존 실리콘 기반의 딱딱한 반도체 소자를 뛰어넘어 구부러지는 전자소자를 만드는 데 필수 재료로 손꼽힌다. 스마트폰 터치패널이나 액정 디스플레이 등에 활용되는 유연 투명전극을 비롯해 최근에는 배터리용 소재에서부터 수소생산, 연료전지, 전도성 섬유, 바이오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소재를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탄소나노소재를 실용화하려면 절차가 필요하다. 이 소재를 분산제 없이 물이나 유기용매에 분산하여 잉크나 페이스트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그 표면에 용매와 친한 ‘기능기’를 도입해야 한다.
기능기는 화학반응에 관여하는 원자의 집단이다. 지금까지 탄소나노소재를 기능화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질산이나 화산 같은 강산과 산화제를 첨가하는 방식이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소재에 심한 손상을 주어 전도성을 감소시켰다. 또, 많은 양의 강산을 사용하다 보니 폐수처리 과정에서 환경문제가 발생됐다. 결국, 이 방법은 탄소나노소재 실용화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한 박사팀은 우리가 일상에서 한 번쯤은 경험해볼만한 친숙한 방법으로 이 기능기 과정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전도성 살리면서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는 방법 찾아
한중탁 박사팀이 찾아낸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답은 밀가루 반죽에 있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먹는 빵이나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어진다. 빵이나 국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밀가루를 반죽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흔히 밀가루 반죽을 만들 때는 밀가루에 물과 기타첨가물을 섞어 숙성시킨다. 한 박사팀은 여기서 탄소나소소재를 기능화시킬 방법을 찾았다.
한 박사팀은 밀가루에 물과 기타첨가물을 섞어주고 반죽을 하는 방법을 모방하여 탄소나노소재 분말에 소량의 강산과 첨가제를 넣고 반죽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반죽은 상온에 일정 시간 보관만 하면 기능화가 끝났다.
기능화된 탄소나노소재는 물이나 알코올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매에 분산이 용이하다. 전기가 통하는 잉크나 페스트르로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또, 간단한 화학적·열적·광학적 방법을 통해 표면에 도입한 기능기를 제거하여 구조를 다시 회복시켜줌으로써, 탄소나노소재의 전도도를 원래의 상태로 회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소량의 강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배출되는 산폐수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줄일 수 있다.
한중탁 박사는 “이번 기술은 새로운 개념의 기능화를 통해 탄소나노소재를 용액상태로 쉽게 만들고, 전도성을 살리면서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존 응용기술에 대한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신개념의 원천 기술로, 탄소나노소재를 이용한 배터리전극, 수소연료전지전극, 유연투명전극 뿐만 아니라 전도성 첨가제로 활용하는 기업들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국 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가 발행하는 재료과학 분야 세계적인 학술지인 ‘케미스트리 오브 머터리얼즈(Chemistry of Material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현재 성과에 대한 국내외 원천특허 출원을 완료했으며, 상업화를 위한 기술이전 수요업체 탐색 및 협의를 통해 사업화를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