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설비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상, 설비 고장으로 인한 품질 저하나 생산 중단은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실시간 설비 모니터링과 고장 예측 기술인 ‘예지보전’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설비 유형과 고장 원인의 다양성, 그리고 도메인 지식의 한계로 인해 예지보전 도입은 쉽지 않다. 이런 현실 속에서 초음파 기반의 AI 예지보전 솔루션을 내세운 모빅랩은 다양한 제조 현장에 적용 가능한 고도화된 설비 관리 기술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이원근 모빅랩 대표는 “설비 고장이 발생하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손실로 이어지며, 이는 제품 품질뿐 아니라 고객 신뢰까지 흔들 수 있다. 이제는 설비 상태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위한 예지보전의 기술 동향과 실제 적용 사례를 짚어본다.

제조업에 필요한 설비 예지보전, 왜 지금인가
제조업은 설비 의존도가 절대적인 산업이다. 생산설비의 상태는 곧 제품의 품질과 생산성, 나아가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설비 하나가 멈추거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과의 신뢰에도 금이 간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조 현장의 설비관리는 여전히 낙후된 경우가 많다. 특히 예지보전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설비 고장은 사용량이나 운전 시간과 무관하게 예측 불가능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의 정기 점검이나 경험 기반 유지보수로는 대응이 어렵다. 더불어 설비 고장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시행되는 예방정비는 비용 증가를 초래하고 불필요한 정비로 인한 설비 가용성 저하까지 발생시키는 부작용이 크다. 예지보전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는 접근 방식이다. 센서와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설비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고장의 전조를 감지해 사전 조치를 가능케 한다.
최근 들어 예지보전 기술이 재조명을 받는 이유는 바로 기술적 기반이 마련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데이터 수집, 저장, 분석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AI 기반 이상 감지 및 예측 기술이 상용화 수준에 도달하면서, 실효성 있는 예지보전 시스템 구축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설비 고장은 빈도가 낮고 원인이 다양하며, 이를 진단해온 도메인 전문가의 노하우는 대부분 비정형으로 존재해 디지털화되지 않았다. 결국 예지보전이 제조업 전반에 확산되기 위해선 설비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는 체계적 인프라 구축과 함께, 기존 전문가 지식을 체계화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센서 기술과 데이터 분석, 예지보전의 핵심 동력
예지보전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설비의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센서 기술과, 이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을 감지하는 AI 기반 분석 기술이다. 특히 설비의 고장은 전통적으로 회전체 설비에서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진동 센서 기반의 분석이 중심이었다. 진동 센서는 회전체 특유의 주파수 패턴을 포착해 설비의 이상 유무를 비교적 쉽게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고정형, 비회전체 설비에는 적용이 어려웠다.
이에 따라 전류 센서와 초음파 센서 같은 비접촉식 센서가 주목받고 있다. 전류 센서는 분전반에 설치해 설비의 부하 변동 추이를 측정하고, 초음파 센서는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없는 고주파 영역(20kHz 이상)의 데이터를 통해 설비의 미세한 마찰이나 이상작동을 감지한다. 특히 초음파 센서는 곡면, 고열, 소형 설비 등 기존 센서 설치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확장성을 가진다.

데이터 분석 관점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설비 진단 전문가의 경험과 감에 의존해 데이터를 해석했지만, AI의 도입으로 패턴 기반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이상 데이터를 조기에 탐지하는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초음파 음향 데이터를 통해 베어링 마찰이나 커터날 마모 등 고장의 전조 증상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으며, 이는 기존에 감지하지 못했던 이상 현상까지도 선제 대응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각 설비의 특성과 환경에 맞는 센서를 적절히 조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식이 정착되면서, 설비 고장에 대한 예측 정확도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엣지 컴퓨팅과 MLOps, 예지보전의 실전 운영 체계
설비 예지보전 시스템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실시간 수집과 분석, 모델 학습 및 배포, 그리고 문제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 바로 엣지 컴퓨팅과 MLOps다. 기존의 방식은 설비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DAQ 장비를 통해 서버로 전송하고, 서버에서 분석을 수행하는 중앙집중형 구조였다. 이 방식은 네트워크 트래픽 과부하 문제와 함께 실시간성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엣지 디바이스를 활용해 현장에서 직접 일부 분석과 추론을 수행하고, 이상이 탐지되었을 때만 서버로 전송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통해 분석 속도를 단축시키고 서버 부하를 줄이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케 한다.
또한 다양한 설비에 예지보전을 적용하려면 프로젝트 단위로 모델을 개별 구축하는 SI(시스템통합) 방식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자동화된 MLOps 기반의 운영 체계가 요구된다. 각 설비별로 고장 패턴이 다르고, 고장 빈도 또한 낮기 때문에 학습된 모델을 지속적으로 재학습하고 배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도메인 전문가와 데이터 분석가 간의 협업이다. 현장 전문가들은 설비의 구조와 동작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지만, 데이터 기반 진단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데는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데이터 전문가들은 현장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분석 모델의 정확도를 확보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데이터 유출 우려로 인해 외부 분석 인력이 직접 데이터를 접할 수 없어, 현장을 방문해 데이터를 직접 수집·분석하는 구조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예지보전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선 현장 밀착형 데이터 관리 인프라와 체계적인 MLOps 전략이 필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초음파 기반 설비 진단, 실제 현장의 생생한 사례들
초음파 기반 예지보전 기술은 현재 다양한 제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모빅랩이 실제 현장에 적용한 사례를 보면 S사의 TMP 진공 펌프가 있다. 이 설비는 80도 이상의 고열과 곡면 구조로 인해 기존 진동 센서 설치가 불가능했으나, 초음파 센서를 활용해 비접촉식으로 이상 작동을 탐지하고 고장을 사전에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설비를 미리 점검·정비해 불량률을 낮추고 가동률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로는 S사의 배터리 커터 공정이 있다. 커터날이 마모되면 배터리가 비정상적으로 절단돼 고가의 부품 불량이 발생하는데, 초음파 센서를 통해 커터 마모율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적정 시점에만 교체함으로써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고 불량률도 개선할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 액정 연마 공정, 볼스크류 액추에이터, 2차 전지의 초음파 용접기, 고속 화학물질 믹서 등에서도 초음파 기반 설비 진단 기술이 유효성을 입증했다. 특히 미세한 베어링 마찰이나 윤활유 부족, 크랙 등 기존 센서로 감지하기 어려운 신호를 초음파가 조기에 탐지해 선제적 조치를 가능하게 했다.
이 외에도 타이밍 벨트 헛도는 현상 감지, 포터 롤러 베어링 결함, 물류 이송 설비의 축별 이상 분석 등 초음파 센서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진단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례는 단일 설비 문제가 연쇄 고장을 유발하고 전체 생산라인에 영향을 주는 구조 속에서 발생하며, 이러한 문제를 조기에 인지하고 방지한 덕분에 생산성과 품질 모두를 개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센서 없는 예지보전도 가능하다: 데이터 활용의 지평
모든 예지보전이 고가의 센서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현장에서는 기존에 존재하는 PLC 기반 설비 운영 데이터를 활용해 설비 상태를 진단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L사와 S사 등은 설비에 기본적으로 설치된 센서와 제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비 상태를 분석하고, 이상 패턴을 포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추가적인 센서 설치 없이도 충분한 진단 정확도를 확보하고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지능형 PID 제어 시스템에서는 실제 운전 환경에 따라 PID 계수를 최적화하는 데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으며, 밸브의 제어 정확도에 영향을 미치는 슬러지 적재 여부도 내부 데이터를 통해 판단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설비 내부 센서 데이터를 상관관계 분석한 결과 품질 이상 현상을 6시간 전부터 예측해 모든 불량품 생산을 조기에 차단한 경우도 있다. 제철소 사례에서는 센서 자체가 고가인 탓에 고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수백 종의 운영 데이터를 분석해 관련 지표를 추출한 바 있다. 이러한 접근은 예지보전 기술의 확산을 가속화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고비용 센서 설치 없이, 설비 운영 정보와 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비 상태를 예측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은 예산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고비용 투자가 어려운 현장에 특히 유용하다. 설비 예지보전의 본질은 센서 설치가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설비의 선제적 관리이며, 이를 위한 다양한 접근 방식이 이미 현장에서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결론 및 향후 전망
설비 예지보전은 단순히 ‘고장 나기 전에 고치는 기술’이 아니다. 이는 제조업 전반의 생산성과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향후 제조 AI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특히 초음파 기반 예지보전 기술은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며 다양한 현장에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는 많다. 고장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PoC 절차, 센서 설치에 대한 비용 부담, 현장 전문가와 데이터 분석가 간의 협업 구조, 데이터 보안 문제 등이다. 이 과제들을 해결하며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으로의 단계적 전환이 성공한다면, 예지보전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오토메이션월드 임근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