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헬로티]
수소차냐 전기차냐?
화석연료를 대체할 자동차 에너지원을 놓고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어 향후 판세가 어떻게 짜일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수소연료전지와 전기 배터리는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는 평가 속에 어느 한쪽이 승부를 결정짓지는 못한 상황이다. 배터리 기반 전기자동차가 대중성 면에선 앞서 있지만 전기차가 갖지 못한 수소차의 잠재력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본 자동차 회사 혼다는 수소차로 선보인 클라리티 모델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과 전기 배터리 버전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차량의 미래는 여전히 수소차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혼다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깔려 있는 클라리티 수소차 버전은 100대에 가깝다. 현재로선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수소 연료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이런 가운데 혼다는 앞으로 4년간 수천대의 수소연료전지 차량을 판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혼다 외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도 수소차를 앞으로 3년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토요타는 이미수소차 모델 미라이를 판매 중이다. 그러나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이란 평가다.
수소차를 둘러싼 업체간 협력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GM과 혼다가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을 2020년까지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조인트 벤처를 만들었고, BMW는 토요타와 수소 R&D 협력을 진행 중이다.
올초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선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도 결성됐다. 참여 업체에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가와사키, ▲다임러, ▲도요타, ▲로얄 더치쉘, ▲린데 그룹, ▲BMW, ▲알스톰, ▲앵글로아메리칸, ▲에어리퀴드, ▲엔지, ▲토탈 그리고 ▲혼다가 포함됐다.
압축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 연료 전지는 배기가스가 없다. 수증기만 배출할 뿐이다. 수소 연료 전지 기술이 최근에 이슈가 된 것도 아니다. 수십년전부터 개발이 진행됐다. 그러나 성능과 주행거리 측면에선 최근들어 가솔린 차량 엔진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많은 회사들이 다리를 걸치고 있지만 인지도 측면에선 수소차는 배터리 기반 전기차에 비해 못미친다. 테슬라 같은 전기자동차 회사가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소차를 둘러싼 관심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전기차 시장은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고 배터리 비용도 하락하면서 흥행파워는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수소차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들도 자동차 제조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의 디터 제체 최고경영자(CEO)는 수소 연료전지차는 더 이상 다임러의 미래에 중요하지 않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수소차 개발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발언은 다임러가 2013년 포드, 르노 닛산과 공동으로 수요 연료 기술을 개발하기로한 협정에서 발을 빼는 신호로도 해석됐다. 앞으로 다임러는 전기자동차 기술 강화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현재 시점에서 수소차 확산에 최대 걸림돌은 인프라가 거의 없다는 것이 꼽힌다. 미국의 경우 수소차 충전 시설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20여개 뿐이다. 그것도 로스앤젤레스와 베이 에어리어 지역에 대부분 밀집됐다고 해외 IT미디어 더버지는 전하고 있다.
테슬라의 엘런 머스크 CEO는 수소차에 대해 내놓고 '디스'(diss)하고 있다. "완전 바보 같다"는 직절 화법을 쏟아낸지 오래다.
엘런 머스크에 따르면 수소라는 에너지를 획득하는 것은 대단히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다. 전기자동차는 태양광 패널을 통해 배터리 팩에 바로 충전할 수 있지만 수소는 물을 분리해 수소는 얻고 산소는 버리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엘런 머스크의 관점에 대한 반론도 있다. 혼다에 따르면 수소를 얻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천연가스 같은 메탄 물질에서 수소를 생산하려면 고온으로 올려야 하는데, 이것 말고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수소는 비효율적이고, 생산 자체가 에너지 집약적이라는 비판에도 수소차의 잠재력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가솔린 자동차와 유사한 경험을 갖고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소차는 3~5분안에 연료를 수 있고 한번 채우면 주행거리는 500km 수준에 이른다.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고 1회 충전시 주행거리도 상대적으로 짧은 전기차와 비교하면 매력적인 요인이라는 평가다. 수소차의 이같은 장점은 자율주행차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환경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는 관점도 있다.
더버지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기반 온디맨스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충전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도심 지역의 경우 충전이 시간이 걸리면 차가 서 있을 공간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데, 수소차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전기차와 비교해 다운타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수소차가 좀더 대중화 되기 위해서는 인프라 문제를 해결해야할 것이라는 지적이 대세다.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선 전문가들은 수소차는 대중적인 차량 보다는 트럭이나 지게차 등 전문적인 영역에서 활용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황치규 기자(delight@hell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