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및 측정 장비를 제조·공급하는 업체인 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이하 키사이트)가 지난달인피니버전 1000X-시리즈 오실로스코프를 발표했다. 이번 신제품은 키사이트의 고유 기술이 적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가형으로 출시되었으며 가격은 61만원부터 시작한다. 또한 소프트웨어 분석 기능을 가진 6대의 계측기를 1대에 통합하여 전문가 수준의 기능을 제공해줄 것으로 보인다.
키사이트의 1000X-시리즈 출시 현장에는 키사이트코리아 윤덕권 대표를 비롯해 키사이트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최준호 사장, 오실로스코프마켓브랜드매니저 아츠키 오카자키(Atsuki Okazaki)씨가 참여했다.
▲ 키사이트의 1000X-시리즈
1000X-시리즈는 특허 받은 메가줌(MegaZoom) IV ASIC 기술로 최고 초당 5만 회 파형 업데이트 속도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을 통해 비슷한 가격대의 오실로스코프가 놓칠 수 있는 간헐적인 글리치와 비정상적인 신호를 보다 더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최대 2GSa/s까지의 높은 샘플링 속도를 가지면서 두 개의 프로브를 제공하고, 세그먼트 메모리 기능으로 메모리 깊이를 최대화하면서도 빠른 측정을 지원한다.
이번 신제품은 학부생이나 처음 오실로스코프를 사용하는 초보자에게 맞춰 출시됐다.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사용 및 측정방법이 기존의 제품들보다 간단하다. 업계 표준 프런트 패널을 채택해서 사용하기도 쉽고 내장된 다양한 기능으로 초보자도 신호를 빠르게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하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교육자용 리소스 키트는 학부생을 위해 특별히 구성된 오실로스코프 랩 가이드와 교수 및 조교를 위한 오실로스코프 기초 교육 자료가 포함되어 있어서 오실로스코프를 처음 이용하거나 미숙한 사용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가격의 초저가 오실로스코프 등장
1000X-시리즈는 6가지의 계측기를 하나로 통합한 제품이다. 제품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투자 가치를 높여주고 작업 공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키사이트의 포부이다. 1000X-시리즈는 오실로스코프뿐만 아니라 시리얼 프로토콜 분석기, 디지털 전압계 및 주파수 카운터 기능을 갖추고 있다. 또한 EDUX1002G와 DSOX1120G 모델에는 주파수 응답 분석기 및 WaveGen 펑션 발생기가 포함되어 있어서 이를 통해 보데 플롯(Bode Plot)의 기초를 가르칠 수 있다.
1000X-시리즈는 저렴한 가격과 초보자도 측정할 수 있는 쉬운 사용법을 갖췄지만 성능만큼은 전문가급이다. 신호를 신속하게 분석하고 신호 파라미터를 결정하기 위한 24개의 범용적인 오실로스코프 측정 기능이 보다 확실하게 측정하도록 돕는다. Gated FFT 기능으로 추가적인 신호 분석도 가능하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단일 화면에서 시간 및 주파수 영역의 측정 결과에 대한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키사이트 윤덕권 대표는 이 날 발표에서 키사이트가 1000X-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폼팩터를 제공하고 있지만 각각 용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측정이 틀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회사에서 만든 똑같은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R&D에서 세팅한 스펙이 공장 자동화나 현장에서 측정할 시 변화가 없다는 것.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많이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는 “디자인 소프트웨어부터 측정 결과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까지, 뿐만 아니라 R&D와 사후지원도 제공하고 있어서 계측의 모든 솔루션을 아우른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키사이트, 오실로스코프 마켓 쉐어 1위 노린다
윤 대표의 발표가 끝난 후 키사이트 아시아태평양 총괄 최준호 사장이 1000X-시리즈를 만들고 발표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최 사장은 “키사이트는 시장에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항상 뒤에서 준비하며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한다”며 “이는 1938년 창립부터 이어온 키사이트의 역사이자 자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전자 계측 부분에서 마켓 쉐어 넘버원을 차지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키사이트가 오실로스코프 분야에서 1위가 되지 못했던 것. 이 고민에 대해 해결책을 찾다가 오늘의 1000X-시리즈를 발표하게 됐다고 한다.
키사이트가 오실로스코프 부문에서 가장 먼저 공략한 곳은 하이엔드 분야였다. 판매 개수는 적을지라도 기술적으로 먼저 승부를 보자고 결정했기 때문. 키사이트는 다른 업체들과는 다르게 엔진 부품까지도 본사에서 개발하고 제작하여 오직 실력으로 승부했고 끝내 이 분야를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문제는 가장 아래 분야인데, 금액으로 보면 작은 시장이지만 오실로스코프의 전량 중 90%가 이 시장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키사이트는 이 시장을 공략하여 업계 1위를 차지하자는 전략을 세우게 됐다. 그렇게 하여 출시된 제품이 바로 1000X-시리즈다. 키사이트는 오실로스코프 부문에서 1위가 되기 위해 15년 전부터 전략을 세웠는데, 이번 1000X-시리즈가 15년 전략의 마지막 챕터가 되었다고 한다. 최 사장은 “이번 출시를 통해 판매량을 늘림으로써 시장 점유율 1위가 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키사이트 아시아태평양 총괄 최준호 사장
최 사장의 발표 후에는 키사이트의 오실로스코프마켓브랜드 담당 아츠키 오카자키(Atsuki Okazaki) 매니저의 발표가 이뤄졌다. 먼저 아츠키 매니저는 오실로스코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능이 설계한대로 나오는지를 보려면 회로에서 지나다니는 정기적인 신호를 보아야 하는데 이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실로스코프가 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아츠키 매니저는 “최근 개발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고 고객들은 하나의 제품에 다양한 기능이 들어있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그만큼 테스트할 부분이 많아졌다”고 말하며 오실로스코프가 현장에서 꼭 필요한 제품이라는 것을 역설했다.
특히 이번 1000X-시리즈는 앞으로 현장에서 일하게 될 학부생을 위해 꼭 필요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학교에서 학부생들이 쓰는 오실로스코프는 오래된 제품이어서 측정 가능한 부분이 두, 세가지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오실로스코프만 쓰다가 업체에 취직하면 업체에는 최신 오실로스코프가 비치되어 있기 때문에 또 다시 사용법을 배워야하는 고초를 겪는다고 한다. 그래서 키사이트는 국내 몇몇 대학에 1000X-시리즈를 기부하며 학부생들이 오실로스코프를 사용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이벤트를 펼친 바 있다. 아츠키 매니저는 “1000X-시리즈는 가격이 낮고 사용법도 쉬운 편이라 관련 기술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낮은 브랜드 인지도가 우려된다는 질문에 윤 대표와 최 사장은 오히려 자신감을 내비췄다. 6대의 계측기를 한 대의 오실로스코프에 넣으면서도 매력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이번 신제품이 향후 키사이트의 마스터플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해보는 바이다.
정가현 기자(eled@hell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