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CES 2017에 이어 2월 말에 열린 MWC 2017에 다녀왔다. 지난 호에서 언급한 CES 2017과 마찬가지로 언론과 증권사, 기업 소속 연구소들이 내놓은 미리 보는 MWC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인사이트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CES 2017의 주제와 유사한 수준의 디바이스와 IoT, AI, 그리고 좀더 부각된 VR/AR 쇼 수준이었다.
특히, GSMA 주도의 전시회였기 때문에 RCS(Rich Communications Services)와 로라(LoRa) 네트워크에 대한 홍보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한편, 필자는 이번 MWC 2017의 주제가 ‘모바일. 그 다음 요소(Mobile. The Next Element)’에서 암시하듯이, 눈에 가시화되어 보여진 디바이스와 5G 네트워크, IoT 이면에 그 이상의 다른 요소가 내재되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선 첫 날 경험한 겉으로 포장된 행사 모습은 MWC 개최 전부터 예상된 주제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전시회가 열린 이후 실제로 언론 상에서도 보도된 것들을 훑어보아도 새롭게 선보여진 기술들은 많지 않았으며, 평이한 쇼의 모습이라는 점에 동의하는 논조들이다. 스마트폰 경우에는 삼성전자와 애플 중심에서 탈피하려는 후발주자들의 분발만 느껴질 뿐이다.
즉, LG전자의 G6와 화웨이의 P10, 노키아의 3310, 소니의 엑스페리아 등이 발표되었으나, 삼성전자 및 애플과 크게 차별화된 신기술은 보이지 않았다. 약간 흥미로웠다면 소니가 빔프로젝터 인터페이스를 선보였지만, 이 또한 실용성에 있어서는 주목을 끌지못했다. 이동통신 기업들의 분주해 보이는 5세대(5G) 통신에 대해서도 큰 사업 가능성의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빨라진 네트워크 인프라 자체보다는 이것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IoT 서비스 플랫폼 형성에 더 목말라하는 모습이었다(매일경제, 2017.3.2.). 한편, 예상과 달리, IoT나 VR/AR 등은 지난 해와 대동소이했고, AI 역시 지난해 대비 전시가 늘어나긴 했지만, 스마트폰과 로봇에만 개인비서 차원으로 적용되었을 뿐, 그 이상 서비스는 없어 4차산업혁명이 아직 요원함을 보여주었다. 이에 비해 5G와 스마트카의 전시는 예년에 비해 주목을 끌었다.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네트워크의 소프트화 관련한 기업들도 눈에띠었다. 대표주자는 모바일 인터넷용 통신, 기업 및 소비자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 ZTE였다. MWC 2016년 클라우드 웍스 발표 이후 이번에 상용화된 캐리어드브옵스(Carrier DevOps) 플랫폼은 DevOps 워크플로우에 기반을 둔다. 이 솔루션은 개방형의 가상 네트워크 기능(VNF) 마이크로-서비스 요소, DevOps 도구 및 Docker 기술을 바탕으로 배포되며, 사업자 또는 협력사에 애자일 개발, 서비스의 지속적인 통합과 지속적인 인도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업자는 시나리오-지향적 고객 분류가 가능하고, 온디맨드 기능 주문제작 및 신속한 서비스 배포 역시 가능하게 된다(연합뉴스, 2017.3.2).
이미 2016년 11월 태국에서 열린 텔레콤아시아(Telecom Asia)에서 ‘올해의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FV) 혁신’ 어워드를 수상하며 클라우드화 분야에서 혁신적인 능력과 리더십을 증명한 바 있다.
ZTE는 전 세계 클라우드 네트워크 분야의 개척자로, 고객의 수요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니고 있으며,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NFV/SDN), 5G 통합의 진화, 그리고 사용자 데이터와 개방형 통신 네트워크 기능의 융합 등에 대한 중요한 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편, 분주한 전시회 모습을 보여주는 MWC 2017 무대 뒤에 숨은 수혜자는 CES 2017과 마찬가지로 전시회 부스도 갖추지 않은 채 사람들의 이목을 끈 구글과 아마존의 AI 개인비서였다고 생각된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호에서 CES에 참가하지 않으면서도 전시장 곳곳에서 활약한 아마존의 음성비서 AI인 알렉사의 활약상을 피력한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이번 MWC 2017에서는 보다 데이터와 콘텐츠로 중심축이 이동된 현실에 대해 특히 강조하고 싶다.
우선, CES 2017 후기에서 스마트홈, 스마트카, 스마트시티 중심으로 IoT 기반 비즈니스 모델들에 대해 논의하였는데, 여기서는 같은 맥락에서 감지되는 IoT 파라독스를 설명하고, 더욱 빨라지고 더욱 세련되어진 네트워크, 디바이스 이면에 더욱 중요해지는 콘텐츠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IoT 파라독스
CES 2017에 이어, MWC 2017에서도 어김없이 스마트홈의 허브로 음성비서 서비스를 탑재한 아마존의 ‘에코’등이 주목을 끌었다. 통신기업과 디바이스기업들의 IoT 기반 스마트홈 경쟁을 시작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수혜자는 AI를 가진 디지털비서이다. 한편, 음성비서 서비스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어러블도 등장했지만, 아마존의 에코만큼 주목받지는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워치 내 구글어시스턴트 음성비서 서비스 탑재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스페인의 통신기업인 텔레포니카는 MS와의 협력을 통해 아우라(AURA)라는 AI 기반 디지털 비서를 출시하였다. 또한, 국내의 통신기업인 SK텔레콤은 IBM의 AI ‘왓슨’을 탑재한 ‘누구(NUGU)’를 선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실제적인 수혜자는 AI를 가진 기업들이다.
CES 2017과 마찬가지로 MWC 2017에서도 수익모델이 잘 보이지 않는 스마트홈보다는 스마트카가 더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2016년과 달리 실제 비즈니스 모델들이 어느 정도 소개하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CES 2017에서도 유사하였는데, CES에서와 마찬가지로 차량-차량 간 연결 알고리즘을 개발해 이미 독일 전역에서 채택되고 있는, 보쉬가 개발한 API가 주목을 받았다.
또한, 5G 기반의 자율주행차가 전시되면서 통신기업들은 막 붐이 일기 시작한 스마트카를 5G 시대 선점을 위한 투자 수단으로 활용할 의지를 다양한 협력구조를 통해 보여주었다. 주요 통신기업들은 5G와 VR 등으로 꾸민 스마트카를 내세웠는데, SK텔레콤은 시속 170km 초고속 주행환경에서 3.6Gbps(초당 기가바이트) 속도로 통신하는데 성공한 ‘T5’를 전시했고, 미국 통신사업자인 AT&T와 버라이즌도 각각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만든 스마트카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자동차업체로는 BMW가 MWC 행사장 안, 밖에서 각각 ‘무인 주차’ 시연과 완전 자율주행차를 처음으로 전시했으며, 실내 부스에 별도로 마련된 VR 체험 공간에서는 BMW의 미래형 자동차 및 서비스 진화까지 볼 수 있게 꾸몄다. 벤츠와 포드를 비롯해 앞서 언급한 CES 2017에서 위세를 과시한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가 자율주행 및 스마트카 기반 솔루션을 대거 공개했다. 스마트카에서도 그 속에 들어가는 인포테인먼트 OS를 가진 애플이나 구글이 수혜자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의 다음 요소, AI와 콘텐츠
MWC 2017 현장은 스마트폰과 5G 중심의 전시장이기보다는 이를 토대로 하여 돈을 벌 수 있는 데이터분석 기반의 AI와 콘텐츠 비즈니스가 다음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점을 깊이 암시하는 모습을 역력히 보여주었다.
특히, 하드웨어 열기로 가득 찬 전시장 모습과는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MWC의 기조연설 현장에서는 많은 연사들이 전시장에서 전시 중인 네트워크나 디바이스 자체의 가치를 뽐내고 강조하기 보다는 향후 AI와 콘텐츠가 돈이 된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었다. 이는 다시 말해, 네트워크를 강조한 연사는 그만큼 시장에 둔감하거나 솔직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AI에 대해서는 앞서 전시장에서 보여진 음성비서를 통해 그 중요성이 인정되는 분위기이다.
한편 AI 챗봇 시장이 이제 돈을 벌기 직전까지 간 개화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AI를 활용하는 챗봇은 이미 시장에 너무 많이 나와 있어 기술적 우위를 묻는 사람은 드물지만, 이를 어떻게 비즈니스로 연결시킬지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는 분위기이다.
특히,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인 주커버그가 이미 언급한데 메시징 앱이 텍스트 기반에서 결제, 챗봇과 같은 응용 프로그램으로 진화하고 있어서 향후 AI를 활용하는 메시징앱(Messaging app) 내지 챗앱(Chat app)들의 가치는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챗봇을 개발해주는 중소 규모의 앱 개발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주로 모바일상거래나 미디어기업들을 대상으로 솔루션을 제공해준다.
통신기업을 대표하는 입장에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개막연설에서 “가입자당 매출(ARPU)은 떨어지고 디바이스 매출은 둔화되고 동영상 콘텐츠 트래픽은 늘어난다”며 “통신기업 입장에서는 죽을 맛(sadness)”이라고 말하면서 돈 되는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에 대해 역설했다. 이에 반해, 통신기업들이 깔아놓은 네트워크의 최대 수혜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설립자는 “우리는 모바일만을 위해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다”며, 네트워크에서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을 못박았다. 첫 단추를 콘텐츠에서 시작했다는 말이다.
또한, 동영상 사용 증가로 통신 사업자들의 트래픽 부담이 커지는 것에 대한 상투적인 질문에 대해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는 전화 등 다른 서비스가 사용하는 대역폭을 소모하지 않는다”면서 “네트워크 기술 향상을 통해 통신기업들과도 협력 관계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우리는 많은 수준의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5인치 화면을 1메가바이트 이하로 전송하는 비디오 기술에 투자했다”며 “운영자의 대역폭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5년에서 10년 뒤 넷플릭스의 품질은 놀랄 만한 정도가 될 것”이라며 “인터넷에 있어 새로운 경험을 창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헤이스팅스는 전통 TV와 모바일 간 경계가 무의미해진다고 확신하는 듯, “TV의 모든 내용이 앞으로 인터넷에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OTT 최고경영자 외에도 전통 미디어기업의 대표격인 아르노 드 퓌퐁텐 비방디 최고경영자는 “유통망은 여왕, 콘텐츠가 왕”이라고 역설했다.
결론적으로, 많은 ‘솔직한’ 연사들이 역설하였듯이, 콘텐츠 중에서도 동영상 콘텐츠의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이며, 기술기업들은 실시간 스트리밍 비디오와 4K급의 고화질 동영상, VR 같은 실감형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더욱 매진하게 될 것인데, 상생을 위한 콘텐츠 기업과 기술기업 간의 다양한 협력이 진행될 것이다. 또한, 보다 고객 관점에서 용이한 유통 플랫폼으로 메시징앱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며, 아마존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의 접목을 계기로 AI는 스마트서비스를 제공하는 홈과 자동차, 시티 그 어디에서나 중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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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및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정보통신·방송 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수행하였다.[R0190-15-2027, 고신뢰 사물지능 생태계 창출을 위한 TII(Trusted Information Infrastructure) S/W 프레임워크 개발]
송민정 한세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