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연구 촉진을 위한 풀뿌리 지원프로그램 도입
지난달 관계부처 합동으로 개최된 ‘로봇산업정책협의회’에서는 우리 로봇 산업이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장 창출과 제도 정비를 통해 로봇 활용 수요기반을 넓히고, 전문 기업 육성과 핵심 기술을 확보할 뿐 아니라 인력 양성, 융합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로봇 서비스·플랫폼 공급 역량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논의되었다. 여기서는 이 회의에서 발표된 로봇산업 발전 방향 및 정책 과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글로벌 로봇 산업 현황
현재 제조용 로봇의 경우, 스위스의 ABB, 일본의 화낙(Fanuc), 야스카와(Yaskawa), 가와사키(Kawasaki), 독일의 쿠카(KUKA) 등 5개 기업이 세계 시장의 50∼60%를 차지하고 있고, 서비스용 로봇은 의료(Intuitive Surgical, 미국), 청소(iROBOT, 미국), 농업(LELY, 네덜란드) 등 분야별 선도 기업들이 각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시장 규모의 경우, 자동차나 전기전자 분야에서 용접, 이송 등에 활용하는 제조용 로봇이 107억 달러, 의료나 국방, 농업, 가정용 등 서비스용 로봇이 60억 달러로, 전 세계 전체 로봇 시장 규모는 167억 달러 정도(2014년)이다. 이는 건설기계 1,590억 달러, 금형 1,380억 달러, 공작기계 880억 달러 등에 비하면 절대적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로봇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융합기술을 바탕으로 제조 로봇과 서비스 로봇의 스마트화 및 지능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로봇 제품 판매 중심에서 SW와 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개방형 및 확장형 로봇 플랫폼에 용도별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접목해 신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로봇 산업 변화에 부응하여 산업통상자원부와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로봇산업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로봇산업 발전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이번에 확정·발표된 ‘로봇산업 발전방안’은 신산업 민관협의회에서 이달 발표 예정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응방향(가칭)’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며, 지난 10월 11일 주형환 산업부 장관 주재로 개최된 ‘로봇산업 발전 간담회’ 이후 산학연 전문가 의견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안이 마련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스마트공장 보급과 연계하여 첨단 제조 로봇의 수요를 창출하고, 서비스 로봇 공공수요를 발굴하여 보급 및 확산한다는 내용이 논의됐다. 또한 로봇 전문 기업 육성을 위해 로봇 기업들의 부설연구소 10∼15개를 ‘첨단 로봇 상용화 연구센터’로 지정하여 향후 4년간 민관공동으로 1,000억원을 투자하고, 국가는 로봇 산업에 앞으로 5년 동안 5천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운다는 내용도 협의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정만기 1차관은 “4차 산업혁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미래 먹거리 신산업이자 주력산업 고도화의 핵심 요소로서 로봇 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우리 로봇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관의 종합적이고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정부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 품목을 중심으로 시장 창출 촉진, 로봇 전문 기업 육성을 통해 우리 로봇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주요 추진 과제별 민관 투자 계획(안)
▲ 연도별 추진 계획(안)
로봇 산업 발전 추진 전략 및 정책 과제
■ 산업 수요기반 강화
첨단 제조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공장 고도화, 서비스 로봇 공공수요 발굴 등 제조 로봇 및 서비스 로봇에 대한 차별화된 수요기반을 확충하고, 선제적 제도 정비를 통해 로봇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 조성된다.
(1) 5대 유망품목 선정
정부에서는 첨단 제조(협업+양팔), 의료재활, 무인이송, 소셜, 안전 로봇 등을 대상으로 하며, 스마트공장이 확산되고 서비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고, 기본적인 내수기반이 갖춰져 있는 품목을 선정할 예정이다.
(2) 첨단 제조 로봇을 활용해 스마트공장 고도화
스마트공장 보급 시, 전문가 컨설팅 단계부터 로봇 도입에 따른 공정 재설계·적정사양 도출 등 맞춤형 지원을 병행한다. 이를 위해 2017년까지 로봇 전문 스마트공장 코디네이터 10명을 확보한다. 그리고 스마트공장 솔루션·디바이스를 이미 구축한 기업 중, 로봇 도입 효과가 높은 곳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2018년까지 로봇 적용 시범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때 20개 프로젝트를 발굴 및 지원하고, 로봇 단품뿐 아니라 로봇과 주변기기, SW, 솔루션 등 통합시스템 운용을 지원한다(100억원 규모).
금융 지원도 실시되는데, 스마트공장 특별협약보증(신보-신한은행) 등을 통해 민간의 로봇 활용 스마트공장 투자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3) 서비스 로봇 공공수요 발굴 및 확산
의료·재활, 이송, 소셜, 사회안전 등 4대 유망 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2020년까지 80개 프로젝트를 발굴 및 지원(지능형 로봇 보급 및 확산 사업 활용)한다. 이 경우, 수요처 검증을 통한 시장 신뢰성 확보와 병행하여 사업화 추진을 위한 마케팅, 수요처 발굴, 성공사례 홍보 등 종합적인 지원이 시행된다. 그리고 공공기관 대상으로 로봇 활용을 권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도 추진된다(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개정).
(4) 수출산업화를 위한 해외진출 기반 확대
2020년까지 사업화가 유망 로봇 해외 테스트베드 50개를 지원한다. 중국, 동남아 등 신흥국은 제조업의 새로운 증설투자에 대응하는 제조용 로봇 시장 개척에, 그리고 미국, 유럽 등은 현지 유망 서비스 로봇 시장 개척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예를 들면 중국은 용접 로봇, 미국은 보행재활 로봇, 호주는 노면 청소 로봇 등이다. 또한 해외 타깃 전시회에서 한국관을 운영하며, 주요 지역 시장개척단을 파견하고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등 2020년까지 50회의 전략적 수출지원을 시행한다.
(5) 시장활성화 위한 선제적 제도 정비
이동형 로봇은 주요 선진국의 경우에도 현행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안전 기준 등 제도 정비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업계와 공동으로 이동형 로봇의 개발 가이드라인(충돌회피 기준, 비상 멈춤 기능 규정 등), 사고대응 기준(책임소재, 배상기준, 보험 등)을 2017년 상반기까지 선제적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의료재활 로봇의 경우, 일본이나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는 수술 로봇, 재활 로봇에 대해 일부 공적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재활 로봇 전문가 심포지엄을 개최 및 융합 얼라이언스 발족을 통해 제도 정비에 대해 논의한다.
■ 로봇 서비스·플랫폼 공급 역량 강화
핵심 기술 확보, 전문 인력 양성, 융합 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국내 로봇 산업 전반의 공급 역량 기반을 조성하고, 로봇 전문 기업을 통해 첨단 로봇 서비스 및 플랫폼 역량을 확보한다.
(1) 첨단 로봇 개발 및 상용화·서비스 역량 강화
로봇 전문 기업 육성을 통해 로봇· SW·애플리케이션이 통합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신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AI, IoT 등 융합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화·지능화된 차세대 첨단 제조·서비스로봇의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 부품·풀뿌리 경쟁력 및 R&D 역량 강화
공급·수요기업이 ‘로봇부품조합’을 구성하고, 감속기 등 핵심 로봇 부품의 국산화를 위한 개발·시험생산·양산에 공동 대응한다. 시험생산과 양산에 필요한 고가의 시설 및 장비를 공동으로 구축, 활용하고 품질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생산 기술 및 마케팅을 지원한다.
풀뿌리 연구의 경우, 신규 분야를 개척하고 미래 시장 창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아이디어에 기초한 풀뿌리 연구지원을 강화한다. 이와 관련해 로봇 R&D에 신진·중견 연구 단계에 따른 특화 과제를 도입(2017년 10∼15개, 40억원 규모)하고, 연구재단 지원프로그램과 연계(공동 과제 선정)한다. 또한 신진연구자의 진입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연구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풀뿌리 연구 워크숍을 정례화하며, 풀뿌리 연구에 적합한 과제 선정 및 성과 평가 절차 및 기준 마련도 병행한다.
그리고 중장기 기술개발·정책 추진 방향과 분야별 투자 전략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로봇 로드맵(2년 단위 롤링 플랜)을 수립한다.
(3)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 설치
KAIST에 기술적 파급 효과가 크고 로봇 기술의 총아인 인간형 로봇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기 위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를 설치한다. 여기서는 고속·고출력 인간형 로봇 플랫폼 및 보행·조작 성능 고도화를 위한 핵심 부품 및 기술 등이 집중 개발(2020년까지 150억원 투자)된다. 또한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석박사급 전문 연구인력을 100명 이상 양성한다.
(4) 로봇 전문인력 양성
인공지능·ICT 융합 응용 분야의 석박사급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 우수 연구팀을 선발하고, 5년간 연 3억원을 들여 산업화 원천기술 연구개발을 지원한다.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 종합 설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 현장 맞춤형 석사인력을 양성하고 재직자, 예비취업자 등 실무인력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그리고 현장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R&D 수행 기업과 연계하여, 마이스터고·특성화고에 대한 기업 인턴십을 시범적으로 추진한다. 현재 로봇마이스터고(1개), 국립마이스터고(5개), 특성화고(26개)에서 로봇학과를 운영 중이며, 내년에는 로봇마이스터고를 대상으로 10명에게 인턴십을 시행한다.
(5) 인프라 조성
• 데이터: 로봇 연구개발 데이터를 축적하고 수집 데이터의 가공 및 표준화를 위한 프로토콜·통합 DB를 구축한다.
• 인증: 로봇 제품에 대한 단계적인 KS 인증 품목 확대를 통해 품질 경쟁력 및 신뢰성 확보를 지원(로봇산업진흥원 표준시험인증센터)한다. 내년에는 우선 이동형 로봇, 첨단 제조 로봇에 대한 KS 인증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 융합 얼라이언스: 타 산업 및 타 분야에서 로봇 수요를 발굴하고, 수급기관 간 협업을 촉진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유도한다. 이를 위해 기업, 수요자, 관계 기관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R&D, 제도정비 과제 등을 발굴 및 논의한다.
김희성 기자(npnted@hell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