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취재진들이 수요사장단 회의 뒤 삼성 CEO들을 기다리고 있다. 2016.10.1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삼성전자가 잇따른 배터리 발화로 논란이 된 갤럭시노트7에 대한 단종을 결정했으나 여전히 원인 파악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불량에 대해 '원인을 확인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갤럭시노트7의 불량 원인 파악은 단종보다 더 중요한 작업이다. 원인을 명확히 찾아야 재발 방지가 가능하고 똑같은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 불량 재연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한두가지 원인이 아닌 복잡한 원인이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배터리 발화에 대한 근본 원인을 찾는 데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도대체 왜 터지나"…분리막·보호회로·방수
배터리 발화로 초기에 지목된 문제는 '분리막 이상'이었다. 지난 9월2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배터리셀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이 만나는 일이 발생했다"며 배터리 내부의 분리막에 결함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초기엔 삼성SDI가 납품한 배터리를 쓴 갤럭시노트7에서 주로 발화 현상이 나타났다. 분리막 이슈만 해결하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납품처를 ATL로 전량 바꾼 뒤 신제품으로 교체를 진행했다. 하지만 ATL배터리가 탑재된 새 제품에서도 배터리 발화 사태가 잇따랐다. 분리막 불량 이슈는 근본 원인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폭발성이 강한 리튬을 사용하는 배터리는 외부 노출이나 열 등에 취약하다. 배터리 이상은 하드웨어의 이상, 소프트웨어의 이상 등 다양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업계에선 분리막에 이어 배터리제어를 담당하는 보호모듈패키지, 즉 PMP(Protection Module Package)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PMP는 배터리의 과부하를 미연에 방지하는 회로 부품이다. 배터리에 과열 등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소통하며 본체의 전력 사용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PMP 회로 설계가 잘못되면 배터리 전력 제어에 문제가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배터리 발화로 이어진다.
방수기능 탑재가 한 원인일 것이란 지적도 있다. 갤럭시노트7에 방수 기능을 적용하면서 스마트폰 내부의 열이 제때 빠져나가지 않았고 그 열이 배터리에 전달돼 발화를 일으켰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외에도 본체 PCB(인쇄회로기판)의 두께를 얇게 설계해 PCB와 배터리와의 경계 부분에서 발화가 시작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채인식과 S펜 등 기존에 없던 고성능 소프트웨어가 많이 탑재돼 배터리 과부하가 발생했을 것이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추측일 뿐 명확한 원인이라는 '정답'이 없다.
삼성전자, '발화 재연' 안돼 '답답'…원인 규명 시간 걸릴 듯
삼성전자는 불량재연 작업을 통해 원인을 규명하려 하고 있지만 이마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전자업체들은 불량을 접수하면 불량이 발생하는 상황을 그대로 재연한다. 불량 신고 내용에 기재된 사용환경을 토대로 동일한 불량이 재연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불량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해결점을 찾는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은 이같은 불량 재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정확한 원인 규명을 확인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가 단순히 어느 한 특정 부품만의 잘못이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제품 출시 전 신뢰성 테스트 등 품질 검증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는 에이징(Aging·수명)테스트와 같은 가혹 환경 테스트도 포함된다. 출시 전엔 배터리 발화 이슈가 감지되지 않았다는 것은 에이징테스트 등에선 문제가 없었다는 의미다. 이번 배터리 발화는 매우 간헐적으로 예측불허한 환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박철완 전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이번 발화는 배터리에 전기적 혹은 물리적인 피로(Fatigue)가 지속적으로 누적돼 발생한 이슈"라며 "삼성전자가 재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jm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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