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우리나라는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정책적 노력을 펼쳐왔다. 다만 우리나라는 시스템반도체 사업이 분야(반도체, SW)에 따라 미래부와 산업부로 이원화돼 있고 부처 간 협력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인프라 사업이 추진 중이나, 아직까지 생태계가 미흡해 혁신적 시스템반도체 기업의 탄생도 어렵다. 지원 정책을 추진하는 부처 간 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간 협력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메모리반도체 대비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시스템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1998~201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2010사업을 추진했다. 이어서 2011년 시스템 IC 2015사업이 시작됐고, 2013년부터는 시스템반도체산업 기반조성 사업이 추진됐다. 이들 사업은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조성, 중소·중견 팹리스 및 파운드리 업체 육성을 장려하고 있다(표 1).
▲ 표 1. 시스템반도체 관련 정부 지원사업(2014년 기준)
SW 분야에서는 2013년 12월 ‘임베디드 SW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주력산업 연계형R&D, 고급인력 양성, 시장활성화 및 산업생태계 개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SoC-SW 플랫폼 등 융합기술이 강조되면서 관련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는 양상이다.
반도체-SW 융합 플랫폼 기술 개발
시스템반도체는 여러 산업의 융합화 및 지능화를 촉진하며 기반산업으로서 향후 성장가능성 또한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육성을 위한 전략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산업연구원은 ‘시스템반도체산업의 한·중 비교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한 정책 방안으로 크게 4가지를 강조했다.
시스템반도체는 반도체 산업과 SW산업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나, 우리나라는 두 산업 모두에서 선진국 대비 기술 수준이 뒤처져 있으며 관련 산업생태계 또한 취약한 상황이다. 시스템반도체의 성장을 담당할 주요 기업은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또는 칩리스(chipless) 기업이다.
우리나라 팹리스 기업은 여전히 영세한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스템반도체 설계의 핵심 플랫폼 기술개발을 통한 기술우위 확보가 절실하다. 또한 이를 통해 향후 다가올 IoT 시장 등의 기회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플랫폼은 시스템반도체의 설계 기간 및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축해 다양한 제품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종합실천계획은 R&D 부문에서 이러한 시스템반도체 플랫폼 구축 계획을 포함하고 있으나, 보다 중요한 점은 성공적 기술 개발과 함께 이를 국내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시스템반도체 협력생태계 구축
우리나라는 그간 메모리반도체 중심의 산업 구조가 형성되면서 팹리스, 파운드리 등 전문기업의 협력 구조가 정착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대만 등의 글로벌 팹리스, 파운드리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 핵심 IP 확보, 해외시장 진출 확대, 장비 구축 등을 통해 국내 팹리스, 파운드리 기업이 협력 파트너로서 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더불어 SW기업과 적극적 협력을 통해 시스템반도체의 서비스 분야에서 차별적 우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수평적 협력생태계 구축을 위한 건전한 거래 구조 마련에 힘써야 한다. 반도체와 SW산업 모두 소수 수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직적 지배 구조가 정착돼 있어, 소규모 전문기업들은 하도급형 중소기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인건비 표준단가 마련, 용역 공정거래 환경 구축, 표준계약서 시행 등의 정책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국내기업의 수요처 다각화 및 글로벌화 촉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국내기업 간 인수합병(M&A) 활성화 유도
국내 팹리스 기업은 대부분 영세 규모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글로벌 경쟁을 어렵게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글로벌 반도체 설계기업들은 IP 개발 및 이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구축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반면, 국내기업은 영세한 규모로 인해 R&D에 투자할 연구개발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이로 인해 스마트폰 등 모바일 분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기업의 규모 확대가 시급하다. 이를 통해 핵심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 여력 확보, 시장 다각화 및 해외시장 진출 등의 당면과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서는 전략적 M&A를 통한 규모 확대가 요구된다. 국내에서 M&A는 여전히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고 제도적으로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를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개선방안 모색이 요구된다.
김진희 기자 (eled@hell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