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판매는 호조세를 나타냈지만, 신흥 시장의 경기 침체 등으로 전년 동기대비 생산량과 수출량이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 관련 기업들은 시장 위축, 저가 수입품 유입, 국내 수요 업체의 국산품 기피 등의 요인으로 인해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본지에서는 산업연구원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분석한 자동차 산업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발전 방향을 짚어 본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대비 평균 80% 정도로서 선진 기술을 추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2015년 한국 제조업의 업종별 기술수준 및 개발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에서 연구개발(R&D)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은 전체 응답 기업의 약 62.9%였고, 이 중 사내에 R&D 조직을 갖고 있는 기업은 약 98.2%였다. 또한 연구개발 목적으로는 신제품 개발, 기존 제품 개선 등 제품 관련 부분을 꼽은 기업(83.9%)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공정 관련 연구개발은 상대적으로 미미(16%)한 실정이었다.
자동차와 타 분야 기술 융합 … 소재 기술 부문에서 가장 활발
자동차 산업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매출액 대비 약 3.9%, 연구개발 인력은 총종업원 대비 약 8.4%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연구개발 투자 규모의 경우, 현재 기술 수준을 따르기 위한 투자로서는 충분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또한 인력 규모의 경우 현재 기술 수준을 따라가기에는 보통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향후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다소 부족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연구개발 방식의 경우, 기술을 자체 개발(60.7%)하는 기업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공동 개발(25%)과 전략적 제휴(10.7%), 기술 도입(3.6%) 등의 순이었다. 이것은 이전에 조사한 결과와 비교하면 자체 개발 비중이 약간 늘어나고, 나머지 연구개발 방식이 상대적으로 약간 줄어든 것이었다. 그리고 기술정보 수집의 원천으로서 국내 수요 업체(28.6%)와 동종 업체(26.8%) 등을 응답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이어서 연구소·대학(16.1%)과 사업자 단체(14.3%) 등의 순서를 나타냈다. 이는 국내 수요 업체로부터 기술정보를 수집하는 기업들의 비중이 현저하게 높았던 이전 조사 결과와 달리 동종 업체, 연구소·대학과 사업자 단체 등 기술정보 수집원이 다변화되고 있으며, 해외 업체의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산업 간 융합의 선봉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의 경우 IT(전자·정보 기술), BT(바이오 기술), ET(환경 기술) 등 신기술과의 융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기업들 중 약 37.5%가 융합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융합 추진 분야는 업종 특성상 소재 기술(46.2%)이 가장 많았고, 이어서 전자·정보 기술(38.5%)과 환경 기술(7.7%), 바이오 기술(3.8%) 순이었다. 여기서 응답 분포가 이전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가운데 에너지 기술과 나노 기술과의 융합을 추진하는 기업이 없어졌다는 점은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매출 확대 효과가 미흡한 이유와 관련된 설문에서는 반 이상의 기업들이 시장 위축을, 나머지 기업들은 저가 수입품 유입을 꼽았다. 그리고 시장 진출 시 직면하게 되는 가장 큰 장애 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수요 업체의 가격인하 요구(48.2%)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타 업체의 유사품 출시(17.9%)와 국내 수요 업체의 국산품 기피(12.5%) 등이 뒤를 이었다.
올 상반기 자동차 생산 및 수출 모두 감소세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6년 상반기 자동차 산업 동향을 살펴보면, 국내 판매와 해외생산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각각 9.1%, 2.7% 증가했으나, 생산과 수출은 각각 5.4%, 13.3% 감소했다. 생산의 경우 국내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 경기침체 등에 의해 전년 동기대비 5.4% 감소한 2,195,843대를 기록했다. 그리고 국내 판매의 경우, 개별소비세 인하(2016년 1월∼6월)와 신차 효과로 판매 호조를 이어가며 934,864대가 판매됐다.
▲ 2016년 상반기 자동차 산업 현황(단위: 대, %, 억 달러)
국산차는 개별소비세 인하(5% → 3.5%) 효과, 신차 효과(SM6, 말리부, K7, EQ900, 티볼리에어, 니로 등), 중·대형차, SUV 판매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기대비 10.6% 증가한 803,901대가 판매됐다. 또한 수입차는 신차 출시, 프로모션 강화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대비 0.7% 증가(임팔라, QM3 제외 시 2.6% 감소)하는 데 그쳤고, 수입차 점유율은 1.2%P 감소했다. 그리고 해외생산 판매의 경우, 현대·기아차는 미국(39만 2천 대, 5.6%)과 중국(83만 1천 대, 0.7%)의 생산 판매 호조에 멕시코 신규 공장(5월) 생산 판매(1만 1천 대)가 더해짐에 따라, 해외생산분 판매가 전년 동기대비 2.7% 증가한 2,199,564대를 기록했다.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호주, EU 등 FTA 지역 수출이 전반적으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으나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의 경기침체, 해외생산분 판매 증가(2.7%)로 인해 금액 기준으로 13.5% 감소한 206억 2천만 달러를, 대수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13.3% 감소한 1,338,590대를 수출했다.
자동차 부품 수출은 현대·기아차 해외 생산 증가, 멕시코 기아 공장 해외 생산 개시(2016년 5월)에도 불구하고, 부품 현지 조달 확대, 중국 및 신흥시장 수출 감소 등으로 전년 동기대비 6.1% 감소한 120억 9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제조업체, 미래 자동차 시장 변화 대응책 마련 시급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기술은 세계 수출 3위, 생산 5위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 성장세 둔화, 중국 등의 기술 추격에 의해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차세대 융합 플랫폼으로서 미래자동차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연관 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 발표한 ‘신규 유망수출품목 창출 방안’ 자료를 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74%이고 주요국 자동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2015)이 중국(0.8%, 20만 3천 대), 미국(0.7%, 11만 5천 대), 일본(0.5%, 2만 5천 대), 한국(0.2%, 3천 대) 순으로 조사됐다. 이 내용만 봐도 우리나라는 친환경차, 스마트카 등 새로운 시장 패러다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 말에 자동차 융합 얼라이언스가 출범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미래 친환경차의 대세로 평가받고 있는 전기차의 경우에도 성장세는 높은 편이지만 아직 틈새시장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올 한해 PHEV 3천 대를 포함, 총 1만 천 대의 전기차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작년의 2배 수준이지만, 전지를 제외하고는 아직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관련 사업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앞으로 지능형 IT의 융합, 국내 자동차 부품 생태계에 기반을 둔 혁신, 전력 관련 에너지 신산업 육성 등 활용할 수 있는 재료들은 많다고 할 수 있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정부와 국내 관련 기업들은 전기차 및 관련 시장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희성 기자 (npnted@hell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