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에서 '완생' 꿈꾸는 AI

2016.04.21 16:08:16

MS, 구글, 페이스북, GM 등 글로벌 기업, AI 스타트업 둘러싼 M&A 각축전
'딥러닝'으로 돌파구 찾은 AI…인간계 지키기 위한 국제기준 마련 목소리도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대국으로 막연하게만 생각됐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최근 일본에서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동으로 집필한 단편소설이 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 CEO인 데미스 하사비스와 영상으로 인사하고 있다. [사진 : 구글]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중 하나인 인공지능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일각에서는 오는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이 아니라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인공지능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상상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다.

 

페이스북까지 가세한 AI 시장…대중화 초읽기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도 인공지능 경쟁에 가세했다.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 F8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 챗봇(Chatbot, 사람과 대화하는 프로그램)인 ‘메신저 봇(Messenger Bot)’의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그는 챗봇 도입 배경에 대해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처럼 업체와도 메신저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 목표는 사람보다 뛰어난 AI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개발자 컨퍼런스 F82016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사진 : 페이스북] 


이날 행사에서 페이스북은 ▲향후 3년 내에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플랫폼을 아우르는 기존의 생태계를 지원하고, ▲5년 내에 메신저, 왓츠앱, 비디오, 검색, 그룹, 인스타그램과 같은 차세대 제품을 위상을 다질 계획이며, ▲향후 10년에 걸쳐 인공지능,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등 사람들이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해 나갈 예정이라는 10년 로드맵을 공개했다.

 

페이스북은 얼굴인식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지난해 발표한 사진 공유 앱 ‘모먼트(Moments)’가 대표적이다. 모먼트는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지 않아도 특정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앱으로 페이스북이 개발한 ‘딥페이스 AI’ 기술(정확도 97.25%)이 탑재돼 있다.

 

AI 기술을 탑재한 자율주행차로 인공지능 분야의 선두에 서있는 구글은 최근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로 기술의 우위성을 입증시켰고, IBM은 의료계의 음성 진단 시스템 및 금융권의 고객 서비스 및 자문 서비스의 상용화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을 통해 장기적으로 클라우드 업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기자가 보도하는 기사작성 영역에도 AI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현재 미국 스탯시트(Statsheet)사는 스포츠 기사에 로봇을 활용하고 있으며, 포브스에서는 로봇 퀼(Quill)이 내러티브사이언스(Narrtive Science)라는 이름으로 기업 분석과 주가 동향 등 산업 분야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4년 AI 로봇 ‘도로보쿤(東ロボくん)’이 전국 대학입시 모의시험에 첫 응시한 결과 전국 581개 사립대 가운데 80%의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일본의 AI 로봇이 쓴 소설 역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최근 일본 하코다테 미래대학의 인공지능 로봇이 쓴 소설 ‘컴퓨터가 소설 쓰는 날’이 ‘호시 신이치 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했는데, 인공지능인 주인공의 입장에서 생각과 감정을 묘사하는 스토리를 담으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지난해 말에는 미 국방성은 인공지능이 탑재된 무기 개발을 위해 2017년 예산에 120억~150억 달러를 요청했다는 외신이 보도되는 등 인공지능은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25년 6조 7천억 달러 파급효과 기대

 

인공지능이 일상에 성큼 다가서면서 세계 인공지능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기준이나 적용범위 등이 각기 달라서 각 연구기관들이 내놓는 시장규모 수치는 제각각이지만 2010년 4,5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2015년 3억1,000만 달러, 투자 건수는 6건에서 54건으로 증가한 사실만 놓고 봐도 인공지능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된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세계 인공지능 시장이 2015년 1,270억 달러에서 2017년 1,650억 달러까지 연평균 14.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마켓앤드마켓(Market&market)는 영상처리 세계시장 규모가 2015년 약 765억 달러에서 2017년 1,09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트랙티카(Tractica)는 지난해 2억 달러 수준이었던 세계 인공지능 시장이 2024년 11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56.1%씩 확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맥킨지는 2025년 인공지능을 통한 파급효과가 연간 6조 7,0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고, IBM은 2025년 2,000조원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인공지능 시장 규모가 2013년 3조 6,000억원에서 2017년에는 6조 4,000억원으로 두 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고,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20년 2조 2,000억원 규모에서 2025년에는 11조원, 2030년 27조 5,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일본 EY종합연구소는 2015년 3조 7,450억엔이었던 자국의 인공지능 산업 규모가 2020년 23조 638억엔, 2030년에는 86조 9,620억엔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시장 선점 노린 ‘M&A 전쟁’ 스타트

 

이렇게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면서 AI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스타트업의 몸값 또한 급상승하고 있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삼성전자까지 잇따라 AI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조직을 신설하는 등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영국의 AI 스타트업 스위프트키(SwiftKey)를 2억 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구글은 2015년 5억 8,200만 달러를 투자해 AI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인수했고, 아마존도 2012년 에비 테크놀로지(Evi Technologies)를 인수한데 이어 최근 기계학습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 인식기술을 보유한 오비어스를 인수했다. 애플 역시 딥러닝 기반 이미지 인식 및 판독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퍼셉티오와 감정 인식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영국 AI 스타트업 이모션트(Emotient)를 인수했다.

 

AI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페이스북은 뉴욕대학 얀 레쿤 교수를 인공지능팀 책임자로 발탁하고 구글 출신 전문가를 채용했고,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는 미국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인공지능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도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AI 스타트업 인수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자율주행차 기술은 구글과 애플, 테슬라, 우버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 GM을 포함한 전통적 자동차 제조업체들, 독일의 콘티넨탈과 영국의 델파이 등 자동차 기술 관련업체들이 앞 다퉈 투자하는 분야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3월 약 10억 달러를 투자해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크루즈오토메이션’을 인수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말 도쿄대 학내 벤처기업인 프리퍼드네트웍스(PFN)에 10억엔(약 104억원)을 출자했다. 도요타는 올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 AI연구센터를 세운데 이어 최근에는 MS와 공동으로 550만 달러(약 64억원) 규모의 빅데이터 연구소를 추가로 설립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는 ‘오픈 AI’라는 재단을 설립하고 10억 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기업들도 AI 기술 연구에 돌입했지만 선진국과의 기술차는 2년 이상 뒤쳐진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글로벌 규모의 투자를 시행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는 삼성이 AI 관련 투자에 적극적이라며 “지난 5년간 삼성이 전 세계 AI 스타트업 M&A 시장에서 4번째로 많은 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신기술 부문 투자를 맡은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비캐리어스, 지보, 킨진을 비롯해 총 10곳 이상의 AI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 ‘딥러닝’으로 소생하다

 

AI, 인공지능이란 용어가 공식 등장한 것은 1956년 ‘다트머스 회의(Dartmouth Conference)’로 인공지능학의 개념을 지능적 기계를 만드는 과학과 기술이라 정의했다. 다시 말해서 기계가 지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AI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생활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생기면서 1970년대 중반 침체기를 맞은 인공지능 산업은 컴퓨터의 성장과 맞물려 다시 활발히 연구되기 시작했다. 이후 하드웨어적 역량이라는 벽에 부딪쳤지만 컴퓨터 연산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돌파구를 찾아냈고, 경험과 학습을 통해 인식하는 인간의 뇌 신경세포를 모사한 신경망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2006년에는 드디어 컴퓨터가 인간처럼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에서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탄생한 것이다.

 

인공지능이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면서 핵심기술인 머신러닝과 딥러닝 역시 키워드로 떠올랐다. 머신러닝은 컴퓨터가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해 인공지능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고, 딥러닝은 복잡한 비선형 관계로부터 특징을 추출해 모델링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컴퓨터가 마치 사람처럼 판단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계학습 분야의 기술 ‘딥러닝’이다. 기계적 학습으로 습득한 ‘집단지성’이 아니라 컴퓨터가 인간처럼 판단하고 학습하는 이 기술은 구글 알파고의 핵심기술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구글이 글로벌 AI 기업으로 나아가는 토대가 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얼굴인식기술 ‘딥페이스 AI’ 역시 딥러닝 메커니즘이며, IBM는 딥러닝 기술 개발을 위해 알케미API를 인수하기도 했다.

 

위협적인 AI 공격…국제기준 마련해야

 

올 초 스위스에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y Forum, 일명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였다.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본래 포럼의 의미는 세계 경제 재건과 세계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지만, 올해는 극으로 치닫고 있는 전 세계적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현안들을 제쳐두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과학과 기술을 주제로 채택한 것이다.

 

다보스 포럼에서 관심이 집중된 KAIST의 인간형 로봇 휴보(HUBO). [사진 : KAIST]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경제적 리스크, 지역적 리스크, 글로벌 공통 이슈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처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포럼이 끝난 후 전 세계인의 머릿속에 남은 것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두려움’과 ‘로봇(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포럼 이후 전 세계 언론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의미의 다양한 기사를 쏟아냈다. 불과 4년 후인 2020년에는 200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나는 대신 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결국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2045년경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인공지능이 초래할 수도 있는 폐해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컴퓨터 과학자이자 구글에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은 삶을 더 풍족하게 해줄 도구”라며 “화성에서 온 외계인이 아니라 인류가 만든 산물이니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인공지능이 인류 사상 최대의 성과인 동시에 최후의 성과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모습이다.

 

MS 창업자인 빌게이츠,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등은 “인공지능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인간은 결국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특히 인공지능 무기 발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공지능이 화학, 핵무기에 이은 ‘제3의 전쟁 혁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AI 기술의 군사목적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을 윤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국제 규칙을 제정하자는 일본 정부의 제안도 이런 맥락이다. AI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서 인간에게 해를 끼치기 전에 이를 제지할 수 있는 AI 개발 및 활용 윤리 국제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29일과 30일 다카마쓰(高松) 시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보통신장관 회의에서 AI 연구 및 개발에 관한 8가지 국제규칙 제정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렇게 많은 우려와 걱정이 난무하지만 향후 인공지능은 빅데이터, IoT, 5G 등과 연계되면서 수많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머지않아 컴퓨터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갖게 되는 SF영화 같은 인공지능 시대를 맞게 된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 대응 생태계 강화 등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동화 객원전문기자


Copyright ⓒ 첨단 & automationasia.net



상호명(명칭) : ㈜첨단 | 등록번호 : 서울,아54000 | 등록일자 : 2021년 11월 1일 | 제호 : 오토메이션월드 | 발행인 : 이종춘 | 편집인 : 임근난 | 본점 :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27, 3층, 지점 : 경기도 파주시 심학산로 10, 3층 | 발행일자 : 2021년 00월00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유활 | 대표이사 : 이준원 | 사업자등록번호 : 118-81-03520 | 전화 : 02-3142-4151 | 팩스 : 02-338-3453 | 통신판매번호 : 제 2013-서울마포-1032호 copyright(c)오토메이션월드 all right reserved